발전 중심에서 수요 관리로 에너지 체계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가운데 정부와 산업계는 `신재생+ESS` 융합이 가장 현실적 모델이라고 입을 모았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은 “과거 10년간 우리 경제가 약 70% 성장하는 동안 총 에너지 소비는 38%, 특히 전력 소비는 93%나 증가했다”며 “이제 전력을 생산하는 것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전원, 전력수급 등 다양한 분야에 ESS와 신재생을 결합한 융합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전기요금 등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정부는 우선 전력다소비 수용가와 비상전원 대체용, 발전 주파수 조정용 등으로 ESS보급을 활성화하면서 `ESS+신재생` 융합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채 단장은 “2020년 글로벌 시장 ESS 용량의 20%가 신재생에너지 연계형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며 “다만 국내는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낮아 피크저감용 ESS의 보급 확산된 후 `ESS+신재생` 비중을 점차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 단장은 “ESS+신재생 융합시스템 확산을 위한 법과 제도 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경제성 재고가 가능하도록 전력요금 체계 개편도 이르면 이달 마무리할 것”이라며 “최상의 모델로 EMS, 마이크로그리드 등의 실증사업을 통해 `ESS+신재생` 융합 모델을 용도, 대상별 표준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추진 중인 태양광(50㎾)·소형풍력(10㎾)과 ESS로 구성된 패키지시스템 형태를 지속·확대할 방침이다. 또 전력품질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에 ESS를 설치해 운영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한다. 피크부하를 위해 ESS를 활용하면 가중치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는 `신재생+ESS` 융합의 구체적 사업모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이 분야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일본시장 사례를 통해 벤치마킹 방안이 다뤄져 주목을 받았다. 안순용 주하 사장은 “일본은 이미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ESS+신재생 융합모델이 일반시장을 넘어 건설 등 B2B시장에도 확대된 후 최근 정부가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민간주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소비층의 요구를 정확하게 분석한 현실적 지원정책이 시장 창출에 충분한 마중물 역할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송호준 삼성SDI 상무는 “일본 가정용 ESS시장에서 적지 않은 매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와 시장 배경은 다르지만 ESS의 필요성과 활용가치가 충분히 인식된 결과”라며 “ESS의 경제성은 아직 부족하지만 전력소비가 많은 수용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업 모델로 접근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신재생+ESS`시장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재천 한화케미칼 상무는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누적 발전량이 30GW에 달하며 낮 시간 전력피크 문제는 해결됐지만 밤 시간대 피크는 ESS로 채워야 하는 `ESS와 신재생` 융합시장이 조명받기 시작됐다”며 “이런 향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우리의 ICT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글로벌 모델을 만드는 데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