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가려져 왔던 한국전력공사 원격검침인프라(AMI) 사업의 허술함이 드러났다. 진행 중인 스마트그리드 AMI 국책사업에 대해서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에서는 스마트그리드 AMI 관련 보급사업 중단, 감사원 지적, 시장경쟁력 약화, 입찰 과정 담합 의혹 등 사업 전반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원욱 의원(민주당)은 한전이 전국 2194만 가구를 대상으로 구축하는 스마트그리드 AMI 사업의 핵심 부품(PLC:전력선통신) 개발에서부터 사업경과까지 언급하며 한전 AMI사업의 철저한 점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702억원을 투입한 1단계(2010년) 50만호 AMI 보급사업은 칩 규격 미달로 2단계(2012년) 사업 역시 칩 제품의 기술력 오류로 사업이 중단된 후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지만 감사원 조치 사항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현재 스마트그리드 AMI에 사용되고 있는 PLC칩은 15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만들었지만 외산칩과 비교할 때 우월하지도 않고 호환성 등의 문제로 불량칩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또 해외기업인 마벨과 퀄컴이 관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비용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수출로 연결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실패라고 말했다.
AMI칩 입찰과정에서의 담합 의혹도 제기했다.
이 의원은 한전 AMI사업 납품업체들이 모여 만든 AMI협동조합 간담회 회의록을 제시하며 `칩사의 공급확약(조합 참여업체를 대상으로만 칩 공급)` 논의 내용을 언급하고 공정위 제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진행 중인 200만호 보급 3단계 사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담합 의혹이 있는 업체들이 200만호 사업에 낙찰된 상황이면 이를 조사해 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0만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후보사업자들이 성능테스트 장비를 제작한 것에 대해 입찰 과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백승정 한전 경영지원본부장은 “신기술이다 보니 그동안 호환성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호환성을 갖춘 새로운 스펙을 개발했다”며 “새로 개발한 스펙은 국내 기기와의 호환이 가능하고 외산기기와의 호환은 더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한전이 새로운 PLC 스펙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완벽히 문제를 해결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며 “사업을 하려면 의혹 없이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창일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한전PLC 사업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이원욱 의원이 제시한 자료만 보더라도 한전PLC 사업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한전 내부에 마피아가 있을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PLC 사업 경과 현황 및 담합 문제 등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 면밀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AMI칩 공급 담합논란 관련 반론보도]
본지는 지난 10월 28일자 전자신문 6면에 “담합에 불량까지...스마트그리드 AMI 사업 중단해야” 제하의 기사에서 ‘AMI협동조합이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핵심부품인 칩을 공급하려 한 의혹이 있다’는 이원욱의원의 국감발언을 인용·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AMI협동조합은 “우리 조합은 공급사가 비조합사에 칩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정을 한 적이 없으며, AMI사업 입찰 당시 비조합사들도 칩을 확보하여 입찰에 참가했다”며 “담합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