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설을 위한 출발신호가 울렸다. 환경부는 지난 21일 배출권 거래소 신청자격과 평가기준을 확정하고 거래소 선정기관 후보를 접수했다. 최종 접수를 완료한 한국거래소와 전력거래소 양 기관은 올해 말까지 배출권거래소 유치를 위한 경쟁을 벌인다. 한국거래소는 증권 및 석유 등 각종 파생상품 거래 노하우를, 전력거래소는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차별점으로 경쟁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소 지정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앞으로 진행될 배출권 거래 시장 준비상황 전망과 배출권 거래소 후보자들의 현황 및 장단점 등을 알아본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시장에서 상호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높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고 남은 의무량을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절감 원가가 낮은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으로 사들여 충당하는 게 시장의 기본 개념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로 볼 수 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총량 감축이라는 목표에서 현재 운영 중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와 유사하지만 직접감축 이외에도 배출권 거래, 외부저감 실적 사용, 배출권 차입 등 여러 방법 중 하나를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배출권 거래제 대상은 발전, 제조, 교통, 폐기물, 대학교 등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들이다. 온실가스 감축 원가가 높은 기업이 감축 원가가 낮은 곳의 배출권을 사들이는 만큼 국가 전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량은 유지한 채로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목표관리제 대비 30~5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곳보다 온실가스 감축량이 많은 기업은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설비에 대한 투자 유도도 기대할 수 있다.
배출권 거래소는 배출권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경쟁 매매, 거래의 안정성과 효율성 담보 등 정상적인 시장기능 발휘를 핵심 업무로 수행하는 기관이다. 기초적으로는 배출권 거래시장의 개설과 운영은 물론이고 매매에 관한 일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거래에 따른 매매확인, 채무인수, 차감, 결제품목, 결제 불이행에 따른 처리 및 결제지시 등과 함께 가격과 거래량의 이상 징후 등의 심리 및 감리 업무도 수행한다.
배출권 거래소 후보기관으로 한국거래소와 전력거래소가 언급된 것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다. 법령상으로는 신규 설치 또는 지정이 가능하지만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별도의 거래소를 설립하기보다는 운영경험이 있는 기관을 지정해 기존 인프라와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이에 거래소 신청 기관에 대한 자격 요건을 부여했다. 거래소 신청 후보는 다른 상품에 대해 법령에 따라 설립된 거래소에서 경쟁매매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청산·결제 시스템 운영경험은 1년 이상 관련 분야의 전문인력 5명 이상 확보 등이 그 조건이다.
한국거래소와 전력거래소는 모두 이미 해당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정부는 양 기관 중 최종 선정기관 낙점을 통해 수행 능력이 부족한 기관 지정 시 발생할 수 있는 거래 안정성 및 효율성 저하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 별도 시스템 구축 및 인력 확보에 따른 추가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별도 거래소를 설립할 경우 전산부분 100억원, 건물 임대료 70억원 등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종 배출권 거래소 선정은 시장개설 시 회원사에 대한 서비스 정도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거래소 시스템 구축 및 운영 가능성 등은 이미 양 기관 모두 역량을 갖추고 있다. 회원사들에 대한 피해방지 및 보호조치와 거래의 용이성, 거래 수수료 수준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거래 및 운영비용의 최소화는 총점 20점으로 평가항목 중 가장 배점이 높다. 거래소 회원가입비, 거래망 사용료, 경매 참가 수수료 등 시장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비용이 낮은 곳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이달부터 배출권 거래소 선정작업에 들어간다. 평가자문위원회 심의를 통해 거래소 기관이 선정되면 국내 500여개 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범거래 사업이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배출권 할당 및 배출량 인증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세부 지침도 내년 상반기 께 마련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시장은 해외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정부부터 녹색성장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것과 일부 지역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시장운영이라는 배경이 작용하면서다. 현재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인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의 거래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주요국들은 거래시장 개설을 추진 중에 있다.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해 3단계 시장에 진입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도 올해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했다.
베이징, 충칭, 광둥, 허베이, 상하이, 톈진, 선전 7개 지역에서 배출권 거래제를 시범 시행한 중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015년부터 전국단위로 확대할 예정이다. 호주는 탄소세를 폐지하는 대신 내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개발도상국 지위에 있는 한국이 자발적으로 국가 차원의 배출권 거래시장을 개설하는 데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 배출권 시장의 성공 여부가 향후 국제 배출권 거래시장 향방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배출권 거래소의 임무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