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발자 팬덤 있어야 글로벌 기술기업

2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의 한 호텔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삼성개발자콘퍼런스2013`(SDC 2013)이다. 개발자회의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술기업의 전유물이다시피 한 행사다. 기술 리더십이 없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사를, 그것도 세계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한복판에서 열었다. 이 자체로 우리 기업의 위상은 높아진다.

미국 기술기업들이 매년 개발자회의를 여는 것은 자사 중심 기술 생태계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이전엔 기술 개발 방향을 알리는 데, 요즘엔 요즘은 기술을 접목시켜 새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개발자회의는 이른바 개방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상징이다.

우리 기술기업들은 양산제조 기술력으로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 그런데 중국 업체들이 우리가 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더 빨리 ?아온다. 한 차원 더 높은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는데 홀로 할 수 없다. 외부 개발력을 빌려야 한다. 개발자회의만큼 좋은 통로가 없다.

이제 막 만든 삼성전자가 당장 애플과 구글처럼 탄탄한 개발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개발자를 열성팬(팬덤)으로 끌어들인다면 몇 년 안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소수 마니아로 수요층이 한정된 애플이 후발주자임에도 단숨에 세계 모바일 기술 리더십을 확보한 것도 팬덤을 개발자까지 넓힌 덕분이다. 삼성과 애플의 향후 승부도 결국 이 개발자 팬덤의 폭과 깊이에 의해 판가름이 난다.

삼성전자에 국한된 과제도 아니다. 네이버, 넥슨,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플랫폼과 콘텐츠 회사에게도 절실한 과제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개발자의 열성적인 참여와 도움이 있어야 한다. 처음 길을 뚫은 삼성전자를 따르는 기업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우리 기술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성숙해지는 길이다.

삼성전자도 개발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와 협력 성공 사례를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 덕분에 성공한 기업이 나와야 생태계 구축은 한결 쉽고, 더 빨라진다. 국내 개발자 생태계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