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드컴퍼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를 이끌 8대 메가트렌드 가운데 으뜸을 기존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소프트 이노베이션`으로 꼽았다.

과거 기술혁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발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기존 기술을 새로운 각도로 바로 보고, 이종 분야와 버무려야(mixed up)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최근 창조형 인재양성에 강조되는 것이 과학기술 지식에 상상력은 물론 예술적 감성 등을 혼합하는 `융합인재교육`(STEAM)이다. STEAM은 과학(S)과 기술(T), 공학(E), 예술(A), 수학(M)의 영문 첫글자를 조합해 만든 용어다.
지금껏 과학교육은 단일 교과 학습 이해도를 높이는데만 급급했다. 반면 STEAM은 `융합적 소양(STEAM Literacy)`을 강조한다. 다양한 지식을 활용, 복합적 문제까지 해결토록 한다.
따라서 STEAM은 과학이나 수학 과목의 이론과 개념뿐 아니라, `실생활`과 연계를 염두한다. 또 학생이 본인과 관련성을 깨닫게 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학습 내용이 생활 속 어느 분야에 쓰이는지, 또 왜 배워야 하는지를 몸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경기 독정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나만의 방향제 만들기`라는 실생활과 연계된 주제로 과학과 수학, 미술 교과를 연계한 수업을 받는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용해`나 `용액` 등과 같은 어려운 화학 용어를 몸으로 익힌다. 또 적정 비율에 맞춰 용액 혼합하기로 `수학`을, 방향제 디자인으로 `미술`을 각각 접한다.
`나만의 전자기타 만들기`라는 수업에서는 수학의 비(比)를 이용해 음계를 찾고, 압전 스피커 원리를 통해 실제로 전자기타를 제작·연주한다. 수학과 기술·음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영국·핀란드 등 주요 선진국은 이같은 크로스오버 교육으로 과학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지난 2011년 16곳에서 처음 시작된 STEAM 교육은 올해 88개교로 대폭 늘었다.
STEAM 교육이 계산과 암기 위주의 기존 과학·수학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나, 관련 사교육 시장만 키웠다는 비판도 적잖다.
하지만 최근 창의재단이 실시한 `STEAM 효과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STEAM 교육을 받은 초·중학생의 과학 흥미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이공계 진로 의향도 향상됐다. 학생의 표현과 생각도 풍부해졌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교육 내용과 방법의 변화가 과학을 배우는 학생의 호기심과 열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창덕 고려대 교수(컴퓨터공학과)는 “미래 우리 경쟁력은 융합 마인드의 창의적 인재를 얼마나 키우느냐에 달렸다”며 “미래창조과학부와 창의재단 등 정부와 관련 기관이 관련 교사 연수와 체험형 워크숍 운영 등 STEAM 교육을 보다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