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민간시장 가로챈 `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가 민간 영역인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한 부가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수년째 이 분야 사업을 준비해온 민간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3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최근 발표한 주파수조정(FR:Frequency Regulation) 위주 ESS 구축사업은 한국전력거래소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사업이지만 전력거래소는 민간 위주 사업을 계획한 반면에 한전은 사업 주도권을 확보해 일부 발전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전은 최근 내년부터 2017년까지 약 6500억원을 투입해 ESS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 예산 중 95%는 가정·산업용 등 피크감소나 신재생에너지 출력안정용에 비해 경제성이 뛰어난 주파수조정(FR)용 ESS에 중점을 뒀다.

FR은 순간적 수요변동 등에 따른 주파수 변동을 막고자 운전 중인 발전기 출력 조절 주파수를 조정해 공급능력을 높이는 일종의 발전 부가서비스다. 지금까지는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류를 보충하려 발전량의 약 5%를 석탄과 LNG 위주 고원가 발전기를 가동시켜 공급능력을 조절했다. 1.1GW를 확보하는 데 연간 약 6000억원 이상 비용이 발생돼 왔다.

하지만 직류상태로 전력저장이 가능한 ESS를 이용하면 기존 석탄발전기 19대(448㎿) 전부를 ESS로 대체할 수 있다. 연간 3500억원 이상 국가 편익이 예상된다. 구축비용은 높지만 장기적 경제성이 높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민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미 2015년까지 20만㎾ 규모 ESS 설치를 유도할 목적으로 관련 기술과 운영기술 개발에 효성, LS산전,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과 호남화력 대상 실증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민간 기업 위주로 거래소 참여 사업자를 유도해 전력수급 안정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한전이 전력거래소가 FR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알면서도 사전 논의는 없었다”며 “사업 목적은 같지만 참여주체가 달라 시장 활성화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발전서비스 영역에 참여해 민간 시장 활성화를 제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전은 `ESS 종합 추진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까지 FR시범사업 추진 및 사업총괄 전담조직을 신설해 사업을 추진한다. 투입되는 예산은 6500억원으로 이는 국민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의 준조세로 따라붙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FR용 ESS 사업부지도 한전 소유인 옥외철구형 변전소에 설치해 자사 소유로 관리할 방침이다.

한전이 전력거래소에 지불하던 FR 정산금을 자신이 직접 서비스사업자로 참여하면서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해당 수익을 독식할 우려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ESS 인프라를 구축, 운영한다면 민간 기업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며 “향후 FR사업은 물론이고 수요반응(DR) 등 스마트그리드 영역의 싹을 잘라 버리는 결과”라고 반발했다.

서정일 한전 녹색기술팀 차장은 “FR시장 참여 제도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의 독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사업비도 전력산업기금이 될지 최종 결정한 단계가 아니고 향후 사업진행에서 전력거래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표】한전의 주파수 조정용(FR) ESS 시장 참여 문제점(자료:업계 종합)

ESS 민간시장 가로챈 `한국전력`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