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BMW 120d 스포츠

BMW 뉴 1시리즈 스포츠
BMW 뉴 1시리즈 스포츠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란 말이 언제 처음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용어로 지칭할 만한 새로운 사람들이 출현했다는 점이다. 차도남의 이미지는 `도시에 거주하는 고소득 독신 남성`쯤 될 것 같다. 물론 여기엔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도 포함된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사람들의 출현을 반기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길 좋아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해주는 독특한 상품을 찾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BMW 120d는 아마도 이런 관점에서 차도남과 잘 어울리는 자동차가 아닐까 싶다.

이 차는 5도어 해치백으로 가격이 3980만~4680만원(스포츠 모델 기준)이나 한다. 국산 대형차를 살 수 있는 가격을 소형차급에 지출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바퀴 간 거리(휠 베이스)를 늘려 실내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곤 하지만 가족이 여럿인 사람이 선뜻 지갑을 열기도 어렵다. 특히나 넉넉한 실내공간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이 크기에 이 가격은 대량 판매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BMW 사람들도 이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차도남`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물론 볼륨 모델은 아니지만 `생애 첫 차`로 수입차를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국내 공식 출시된 BMW 2세대 뉴 1시리즈는 동급 유일의 후륜 구동 모델로 더욱 스포티해진 성능과 디자인,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도시적인 어반 라인과 다이내믹한 스포츠 라인 6종이 국내에 판매되고 있다. 올해에만 1292대가 팔리며 수입 소형차 시장을 묵묵히 개척하고 있다.

BMW 뉴 1시리즈는 가장 이상적인 50 대 50의 무게 배분을 통해 차량 앞부분에서는 조향을, 뒷부분에서는 구동을 각각 따로 담당해 BMW 특유의 우수한 핸들링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엔진은 보닛 가운데 낮게 자리잡아 무게중심을 낮췄는데, 이를 통해 정확하고 민첩한 조향력과 주행 편의성 등을 높였다. 시승한 차는 120d 스포츠였는데, 작은 차체임에도 고속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고 달린 것은 이 같은 기술력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뉴 1시리즈에는 3시리즈와 5시리즈에도 1995cc 직렬 4기통 코먼레일 직분사 방식의 BMW 트윈파워 터보 디젤엔진이 장착됐다. 뉴 1시리즈 스포츠는 최고출력 184마력과 38.8㎏·m의 힘을 내며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7.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같은 숫자는 120d 구매를 고려하는 차도남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민첩하고 빠르게 달리며 도로에서 한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120d가 보여준 힘찬 가속력과 넉넉한 힘은 `역시 BMW`라는 마음이 들게 했다. 이 같은 힘을 자랑하면서도 8단 자동변속기를 기본 장착해 복합 18.5㎞/ℓ(고속:21.4/도심:16.7)의 정부 공인 표준 연비를 보여준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장거리 여행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아 좋았다.

BMW 뉴 1시리즈 스포츠 실내
BMW 뉴 1시리즈 스포츠 실내

여러 차례 경험한 것이지만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는 참으로 다양하다. BMW 뉴 1시리즈 디자인도 틀림없이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BMW의 상징과도 같은 키드니 그릴이 살짝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얼굴을 들이대듯 도전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과 스포티한 이미지를 한껏 살려낸 긴 후드 라인이 마음에 쏙 들었다. 실내 공간은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 좁다고만 할 수도 없다. 4명이서 여행을 했는데 오고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트렁크 용량은 동급 최대 크기인 360리터로 뒷좌석을 접으면 1200리터로 확장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컨트롤러가 암레스트 쪽에 위치해 라디오나 음악 듣기가 편리하다. 세밀하게 음량 조절이 가능한 것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차도남에 해당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차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