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휘어지는 메모리를 처음으로 개발해 구부러지는 전자제품의 상용화에 한발짝 다가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소프트혁신소재연구센터의 김태욱 박사팀과 광주과학기술원 지용성 박사과정 학생이 함께 데이터 저장이나 삭제가 가능하면서도 휘어지고 비틀어지는 64비트(bit) 메모리 어레이 소자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도 소개됐다.
현재 주로 사용하는 메모리는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딱딱한 무기물 소재여서 휘는 성질을 구현하려면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복합체로 만들어야 한다.
연구팀은 탄소나노소재와 유기고분자복합체를 활용, 이들 유기소재를 상온에서 일렬 구조로 쌓고 유연한 기판 위에 이 소재를 얹는 기술을 선택했다. 이 기술은 난도가 높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게 학계의 인식이었으며 현재까지 구현된 적도 없다.
여기에 휘어지면서도 데이터 구동이 정확하게 이뤄지도록 한쪽 방향으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기존에는 메모리소자를 격자구조로 제작했는데 이 경우 인접한 소자(cell)들의 간섭으로 데이터가 정확한 위치에서 저장 또는 삭제 되지 않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단순히 메모리를 휘어지게 제작하는 것 외에 이러한 간섭을 해결해 정확한 구동이 이뤄지는 것이 플렉서블 메모리 개발에 있어 관건인데 연구팀이 이를 성공시킨 것이다.
연구팀은 인접 소자로부터의 간섭이 해결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소자가 휘어진 상태에서 `KIST`라는 글자를 저장해 구현되는지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기 메모리 소자가 기존의 전자소자뿐만 아니라 휘어지는 전자제품의 부품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태욱 박사는 "유기 메모리 소자 연구의 최대 난제를 해결할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휘어지는 전자소자나 부품 연구에 광범위하게 쓰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