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사람들]삼성에 부는 패션 바람

○…실력 못지않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최근 삼성 그룹 사장단 사이에서는 패션 공부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 그룹은 사장단을 대상으로 옷 잘입기 컨설팅을 해주기도 하고, 발표회에서 브리핑할 때는 코디네이터를 보내주기도 한답니다. 평생 엔지니어로 살아온 일부 사장들은 이런 흐름에 잘 따라가지 못해 곤혹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삼성이 오래된 회사다 보니 젊은 소비자에게 자칫 구닥다리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죠. 삼성 사장들이 옷차림에 더 신경 써야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희석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멋진 옷차림의 사장도 나쁘지 않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이고 젊은 직원을 잘 이해하는 열린 마인드의 사장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사장의 취미가 곧 내 취미가 되는 경우 많이 있죠. 직장에 다니다 보면 본의 아니게 취미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사장이 마라톤을 하면 마라톤이 회사 공식 행사가 되기도 하고, 자전거를 좋아하면 워크숍이 곧 자전거 여행이 되기도 합니다. 외국계라고 다를까요. 한 외국계 지사장은 자전거를 타는 게 취미랍니다. 주말이면 한강을 따라 60㎞씩 달리는 `라이딩족`이라는 걸 자랑하는데요, 이 회사 직원들을 만나면 다들 주말 자전거 얘기부터 꺼냅니다. 최근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한 직원 A는 입사하자마자 자전거부터 샀다고 하는데요, 첫 주말부터 자전거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A씨는 예쁨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하네요.

○…독일 화학기업의 한국 연구소에 근무하는 프랑스인 C씨. 한국에 온 지 2년이 넘었다는데, 그 사이 취향이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스러워졌습니다. 삼계탕에 대해 말을 꺼내면 `옻`을 이야기하고, 국물이 있는 따뜻한 음식 이야기를 하면 굴국밥집을 소개할 정도입니다. 뿐인가요. 서울 사람보다 서울 구석구석을 더 잘 꿰고 있습니다. 건국대 근처의 차이나타운, 일산 킨텍스 주변에서 갈 만한 식당 등등 그가 늘어놓는 음식점 정보에 한국인들도 놀랄 정도랍니다. 한국 정보에 대해 해박한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글로벌이랍니다. 한국에 있지만 외국인이다보니 외국 사람들과 자주 교류를 하게되는데요, 그 때마다 한국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겁니다. 이를테면 프랑스인인 그는 한국의 프랑스 요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요? 각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이런 정보를 받는답니다. 한국 최고의 마당발은 의외로 외국인일 수 있을 것 같네요.

`소재부품家 사람들`은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