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산업적 융합 동력으로서 중소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경기도는 국내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밀집한 지역이다. 특히 창조경제를 이끌 혁신역량을 갖춘 첨단 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다. 지난 6년간 지속해 온 기술개발사업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국가 R&D 사업에서 역차별을 받는다. 더구나 지방재정 악화로 자체 과학기술분야 투자 예산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벌써 몇 년째 과학기술 분야 예산이 전국 16개 지자체 가운데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R&D 포괄 보조금 제도` 법제화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약간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지역 맞춤형 과학기술 정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경기도형 창조경제 모델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해법을 짚어봤다.
![[경기도 과학기술 진로 좌담회]경기도형 창조경제 어디로 가야하나](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1/04/494006_20131104135644_194_0002.jpg)
◇참석자(가나다 순)
금종례 경기도 의원(경제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김갑수 KAIST 교수
박정택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양기일 엠피에스 대표
황성태 경기도 경제투자실장
※사회= 김순기 전자신문 경인팀 차장
◇사회(김순기 전자신문 경인팀 차장)=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융합과 지식산업이 강조되면서 중소기업이 혁신의 주체로 떠올랐다. 특히 8600개 벤처기업을 포함해 6만여개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경기도형 창조경제 모델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김갑수 KAIST 교수=산업성장 측면에서 보면 2007년부터 호리병 구조가 나타난다. 일부 거대기업만 빠르게 성장하고, 나머지 중견·중소기업은 별로 성장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같은 일부 대기업의 킹콩 임팩트만 가지고는 세계 신기술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중소기업이 신기술로 무장할 수 있도록 저변을 키워줘야 한다. 일본에서는 `쿨 재팬`이라고 한다. 창조경제와 비슷한 취지다. 중소기업 활성화에 포커스를 맞춰 얘기해 보자. 창조경제는 홀로는 안 되니 연계하고 융합 지원해 빠르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연계·융합의 속도를 당겨 고용의 장을 넓히는 역할을 하자는 정도로 이해한다.
◇황성태 경기도 경제투자실장=창조경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조업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많이 얘기한다. 사실 창조경제라는 말은 영국에서 먼저 썼다. 음악이나 뮤지컬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토대로 새로운 부를 창출해보자는 의미로 시작해 많은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는 고급인력이 많은 것이 강점이다. 이들이 지닌 아이디어와 기술·지식 등을 토대로 새로운 분야에서 국부를 창출하는 것이 창조경제가 아닌가 한다.
◇사회=경기도는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라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특히 설립 초기부터 연간 200억원 규모로 실시해 온 기술개발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R&D 사업에서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돼 왔다. 도 자체 과학기술 예산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어떤 변화와 대책이 필요한가.
◇박정택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경기도기술개발사업은 중소기업이 R&D를 통해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창조경제 활성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8년부터 410개 과제에 877억원을 지원해 지원금 대비 세 배 이상의 경제창출 효과를 거뒀다.
중소기업은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어도 실험도구나 장비가 부족해 신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과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지자체는 이런 현장과 가깝다.
국내 R&D 예산은 연간 17조원에 육박한다. 12조원 정도가 대학이나 연구소에 돌아간다. 절반 정도가 출연기관, 25%는 대학, 나머지 25%가 중소기업과 관련 단체에 지원된다. 중소기업 지원구조가 상당히 취약하다. R&D지원 배분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제 공모식으로 집행하는 현행 국가 R&D 지원 예산은 지자체에서 활용하기 어려워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대로는 지자체가 활용하기 어렵다. 다행히 R&D 포괄 보조금 제도 법제화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성과가 나타날 것 같다. 정부가 R&D 포괄보조금제도를 시행하면 중소기업 현장 수요에 맞는 다양한 R&D 지원사업을 기획·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중소기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파이를 늘여야 할 시점이다.
◇양기일 엠피에스 대표=창조경제가 아니더라도 기업입장에서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죽는다.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정부가 R&D 예산을 지방정부에 상당 부분 이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중앙정부 과제는 20분 프레젠테이션과 서류심사만으로 수십억원을 집행한다. 반면 지자체는 그 기업 직원이 몇 명인지도 안다. 거짓말 할 수 없다.
제안을 하자면 정부나 지자체 R&D과제 참여 시 기업도 처음 기획하는 단계부터 매칭 비용을 부담케 해야 한다. 1년 뒤에 망할 기업은 R&D 못한다. 미래를 바라보는 기업이라면 그 정도 비용은 낼 수 있어야 한다. 기업 현장에서는 `눈먼 돈`이라는 인식 있다. 과제 초기에 비용을 부담케 하면 꼭 필요한 개발만 하게 될 것이다.
◇사회=정부는 물론이고 경기도 기술개발과제를 수행할 때 기업도 개발비 일부를 매칭형태로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뭐가 다른가.
◇양기일=사후에 매칭하는 것과 사전에 하는 것은 다르다. 지금은 대표이사가 모르는 과제를 하는 기업도 많다. 그만큼 허술하다. 그런데, 사전에 개발비를 매칭해야 한다면 대표가 챙기지 않을 수 없다. 과제를 신청했다가 떨어지면 매칭 비용을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된다.
◇금종례=100% 공감한다. 교육을 받을 때도 자비 들어가면 졸거나 중간에 빠져나가지 않는다. 과제에 선정된 뒤 매칭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렵긴 하더라도 열의를 가지고 사전에 제안할 때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좋다. 정책 패러다임 바뀌어야 한다.
◇사회=경기도는 벌써 몇 년째 과학기술 분야 뿐 아니라 경투실 예산 자체를 계속 줄이고 있다. 김문수 도지사는 과기인들이 너무 점잖아서 예산을 따기 위한 경쟁에 치열하게 나서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과기분야 예산을 두고 도지사와 도의회와 서로 예산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진풍경도 자주 벌어진다.
◇황성태=경제 뿐 아니라 문화관광 예산도 줄어들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복지사업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2005년 15%였던 복지사업 비중이 올해와 내년에는 3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 복지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분담시키는 것이라 도에 결정권이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예산 편성한다. 세입은 줄어드는데 복지비중이 커지니 법정의무지출경비가 아닌 부분에서 예산이 줄어드는 구조다. 정부가 과학기술개발에 관심을 갖고 의무적으로 투자하라고 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역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의지가 낮은 듯하다.
◇사회=경기도는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경기도형 창조경제 모델에 맞춘 과학기술정책 청사진을 보여 달라.
◇황성태=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한다. 10년 전부터 인재를 불러들이고 있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보다 10년 정도 앞섰고 반도체 등 최첨단 분야에서도 우리와의 격차가 1~2년에 불과하다. 중국에 뒤쳐지면 우리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양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과학기술에 투자해 질적인 성장을 해야 할 시점이다.
국책연구소와 대학·기업 3자가 협력하는 과학기술 개발 참여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총량적인 부분에서 확대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함께 부담하며 참여하는 과학기술 추진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판교테크노밸리와 광교테크노밸리에 이어 동탄테크노밸리 조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70만평 규모로 제2의 판교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 이후 판교-광교-동탄으로 연결되는 ICT·SW 클러스터를 형성할 계획이다.
경기도지역협력연구센터(GRRC)를 활용해 경기도에 산재한 대학과 민간 연구소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연구하는 등 R&D 재원과 시설을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도 만전을 기할 생각이다.
◇박정택=경기도는 도가 잘하는 효과적인 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문화기술(CT)·SW·나노·융합 5개 특화산업을 선택했다. 판교는 IT와 소프트웨어, 융합은 광교가 축이 된다. 이런 형태로 5개 분야를 클러스터화 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사회=경기도의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해서는 도의회에서도 처음부터 깊숙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설립부터 과학기술분야 예산 배정에서 도의회의 역할이 매우 크다. 특히 지난해에는 담당 위원회 명칭을 경제투자위원회에서 경제과학기술위원회로 변경할 정도로 과학기술 분야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도의회는 어떤 입장인가.
◇금종례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장=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화두로 들고 출범하기 전부터 경기도가 과학기술분야 선도 역할을 해왔다. 경제 분야 투자가 그동안 외자유치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갖자는 뜻에서 `경제투자위원회`에서 `경제과학기술위원회`로 명칭을 바꿨다. 의미가 크다. 하지만 아직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경기도의 현주소다.
◇사회=지난해 경제투자위원회에서 예산 심의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금종례=양당 간사와 행정1부지사, 경제부지사가 만나 미리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사전에 토론해서 사업의 중요성과 연속성을 살리고 성과를 분석해서 잘 짜자는 취지였다. 사실 경기도는 과학기술 분야에 선견지명이 있어 광교테크노밸리와 판교테크노밸리 등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예산은 16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꼴찌다. 경제과학기술위원회 배정 예산이 전체 도예산의 1.5%에 불과하다.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우스운 이야기인가. 이런 설명을 계속했는데도 예산이 대폭 줄었다. 나중에서야 행정1부지사가 처음 들었다며 몰랐다고 하더라. 중간 과정에서 이런 얘기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정책 편성권 없는 도의회가 거꾸로 더 늘려달라고 요청하며 보이콧했다.
모든 정책은 돈이 실행한다. 대표적으로 성과 나타나는 분야가 체육이다. 16년간 전국체전에서 성과 낸 이유가 돈으로 우수한 선수를 사 온 덕분이다. 즉시 보여지는 것은 그렇게 하면서 행복한 일자리와 먹거리, 중장기 미래 결정하는 경제과기위원회 예산은 그렇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내년도 본예산 결정하기 전에 정책간담회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놓친 부분 강조할 예정이다. 최소한 기존 예산만이라도 지켜주는 것이 의회 역할이라고 본다. 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 위원 13명이 모두 똑같은 마음이다. 기술개발사업 예산을 줄이는 것은 잔불을 끄는 것과 같은 일이다. 도의회에서 불씨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부채질하겠다.
◇사회=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기도는 최고의 창조경제 혁신 역량을 갖춘 지역이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부사업에서 배제된 가운데서도 많은 성과를 일궈왔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전국 지자체의 롤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과기분야 예산 비중이 전국 지자체 가운데 꼴찌라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도는 경기도형 창조경제 모델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효과적인 정책 방향을 조언해 달라.
◇김갑수=경기도가 R&D사업 예산 확보에 어려움 겪고 있다는 얘기 들었다. 두 가지 발전방안을 생각해 봤다. 우선 경기도는 이공계 출신 수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10년간 통계를 보면 1.7배 증가했다. 다른 지역은 줄고 있다. 이공계 젊은이가 가장 많다는 특성을 반영해 이들이 다양한 신기술, 신업종에 모험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줬으면 좋겠다. 창조경제 논리와도 연결된다. 이공계 젊은이를 대상으로 광역형 자유공모 과제를 만들어 소액 지원하는 창업지원사업을 만들면 좋겠다. 이공계 젊은이들에게 경기도가 가장 매력 있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겨날 것이다.
두 번째는 인력 채용과 관련한 얘기다. 중소·중견기업 사이에 `채용 남방한계선`이 있다. 기흥이다. 기흥 이남은 정말 채용이 어렵다. 서쪽으로는 안산만 가도 어렵다고 한다. 일터·삶터·놀터 3터가 일치해야 하는데 균형이 맞지 않아 벌어지는 현상이 `파랑새 1357`이다. 취업 1년차에 이직이 제일 많고, 3년차가 되면 결혼을 위해 이직하고, 5년차 정도면 실력이 쌓여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이직하는데, 이 시기를 넘기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종 지원시책과 행사를 활용해 채용 한계선을 넓혀줘야 한다. 기술개발사업 성과박람회나 기업탐방 프로그램을 채용 한계선 밖에서 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정택=오늘 창조경제 개념부터 일자리창출,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오늘 나온 얘기들이 모두 효과를 발휘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 흉년이 들어도 씨앗은 안 먹는다고 했다. 기술개발사업을 더 많이 못하더라도 최소한 현상유지는 해야 한다. 정책 유지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진흥원에서는 이런 정책을 현실에 적용해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마이크로한 시책을 집중 개발해 나가겠다. 경기도 경제가 살아야 국가 경제가 산다. 경기도 혁신역량이 대한민국 전체의 45%에 달한다. 경기도가 창조경제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
정리=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