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발전기가 `비상`이다. 10대 중 7~8대는 정상 가동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업계에서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용자 탓으로 돌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관리 소홀 책임도 분명 있다.
![[기자수첩]비상 발전기 `비상`](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1/04/494035_20131104150902_325_0001.jpg)
하지만 정작 문제는 비상 발전기 자체에 있다. 비상 발전기 핵심인 엔진은 두산이나 커민스 등 대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반면에 내부 부품은 대부분 인증도 없다.
자동전압조정기(AVR)는 자동으로 전압을 일정하게 조정해주는 핵심 기기다. 우드워드 등 해외기업 제품 가격이 설치비까지 포함해 200만원 수준이지만 영등포 일대에 산재한 영세 업체들에서 개당 8만5000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인증이 없어도 AVR 특성상 전기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아 잠시 가동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심지어는 엔진 자체를 중고로 쓰는 일도 있다. 중고 엔진 가격은 새 제품의 30% 수준으로 정상 원가의 절반 정도에 발전기 제작이 가능하다. 업체로서는 원가를 낮출 수 있어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제품 원가의 60%를 엔진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전기안전공사가 사용 전 검사를 하지만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해당 검사는 정상 가동 여부만 확인, 내부 부품의 제조 연도와 인증 등을 자세히 점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주처에서도 해당 엔진을 제작사에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는 알 길이 없다.
그렇다고 불법을 걸러낼 수 있는 발전기 제조 기준이나 인증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도 않다.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만 내면 되니 개인 사업자도 가능하다.
비상 발전기는 말 그대로 급할 때 쓰는 것이다. 사용 빈도는 극히 드물어도 중요성은 크다. 병원이나 공장 등 주요 시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전이 현실화된다면 이미 후회해도 늦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