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의 수익패턴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석유제품 소비가 늘어나는 계절적 성수기인 2분기와 4분기에 실적이 상승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수요확대가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매분기 예측불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최근 분기별 매출액 변화는 소폭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와 적자를 오가며 극심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 사업은 분기마다 비슷하게 유지되지만 수익이 냉탕과 온탕을 드나들고 있어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올 3분기까지 분기별 매출이 16조∼18조원으로 유지됐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054억원에서 9257억원까지 극심한 변동폭을 보였다. GS칼텍스도 같은 기간 매출액은 11조∼12조원으로 유지됐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3387억원에서 3964억원까지 극과 극을 오갔다. 에쓰오일도 이 기간 7조∼9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612억원에서 5184억원을 오가는 실적을 냈다.
계절적 요인에 따라 변화하던 수익패턴도 사라졌다. 하계휴가에 따른 차량용 수요증대로 2분기 실적이 상승하고 동절기 난방유 수요에 따라 4분기 실적이 올라가던 패턴도 사라졌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수익패턴 변화 원인으로 정유부문 수익성 악화, 수출 비중 증가, 탈정유 가속화 등의 요인을 꼽는다.
정유부문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국제유가가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정제마진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동과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내수시장 포화에 따라 정유사들이 수출 비중을 늘린 것도 수익패턴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정유사들이 고도화설비를 증설해 휘발유·경유 등 경질유 생산능력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내수에서 늘어난 물량을 일정부분 소화하지 못해 대부분 싼 값에 수출로 돌릴 수밖에 없던 정유사의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정유사들이 정유부문 수익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석유화학, 윤활유 등에 집중 투자하며 탈정유 움직임을 가속화한 것도 수익패턴 변화에 기여했다.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이 정유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그만큼 정유부분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정유사 한 임원은 “정유사의 수익이 석유제품 수요 상승·하락에 따라 변동되지 않는 등 과거 계절적 패턴같은 요인이 사실상 없어졌다”며 “4분기는 난방유 성수기로 실적 향상을 기대했는데 올해는 실적이 더 악화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취합, 단위:억원]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