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수도권 송전망 `불안 불안` 한가닥만 끊어져도…

전맥경화, 송전망이 불안하다

`전력 사용량은 해마다 증가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발전설비를 늘리거나 수요를 조절한다.` 전력수급난 해소를 위해 당국이 고민하는 주제다. 숨은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 바로 송전망이다.

[이슈분석]수도권 송전망 `불안 불안` 한가닥만 끊어져도…

[이슈분석]수도권 송전망 `불안 불안` 한가닥만 끊어져도…

전기는 특성상 생산지와 사용하는 곳이 다르다. 달리 말해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운반할 선로가 필요하다. 실어 나를 전기가 늘어나면 그만큼 송전망도 확충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반적 전력계통은 불안한 상황이다. 그동안 전력계통이 밀집된 산업단지와 대도시 전기수요 공급을 위해 수요지 중심으로 집중한 결과다.

전력사용이 집중되는 수도권 부하가 증가하고 발전단지가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전력부하도 커졌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송전망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신규 송전망 건설은 녹록지 않다. 송전망 건설을 두고 벌어진 밀양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수도권 송전망 `깔딱고개`

가장 우려되는 지역이 수도권이다. 수도권은 전체 전력수요에서 40%를 소비하지만 생산 전력은 20%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멀찌감치 떨어지다 보니 전기 수송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인천지역 고압 송전선의 경우 설비용량의 90%에 달하는 전기가 흐른다. 전선이 감당하는 한도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주력 송전선로와 대체 송전선로 용량이 거의 찼다”며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광역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는 765㎸ 송전선 2개 루트와 345㎸ 4개 루트를 연계한 송전선이 가동 중이다. 6개 송전망 루트 중 어느 선로 하나가 정지될 경우 수도권 계통의 전압안정성이 취약해져 해당 지역의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영탁 한밭대학교 교수는 “수도권의 환상망 구조와 부하밀집 문제가 심각하다”며 “환상망 구조로 인한 고장전류 규모는 차단기 용량을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전력설비 사고 시 고장전류가 차단기의 정격 차단능력을 초과해 변전소 고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전은 고장전류를 줄이고 과부하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변전소와 송전선로를 분리해 운전한다. 하지만 분리운전은 기존 설비 활용성이 떨어지고 정비 휴전이나 복구조작 시 유연성이 낮아지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고장전류 임시방편인 고장파급방지장치(SPS) 설치도 증가하고 있다. SPS는 전력계통의 송전설비 적정성 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고장이 발생했을 때 주변 계통으로 고장이 파급되지 않고 피해지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보호시스템이다. 2001년 4개가 설치됐지만, 2006년 29개로 설치가 늘어났고, 2013년에는 55개로 증가했다.

◇대단위 발전단지 전원도 문제

특정 발전단지에 발전기가 집중된 점도 송전계통에 문제를 야기한다. 발전단지에 대규모 용량이 밀집하면 불시 정지에 의한 정전위험이 증가한다. 그럼에도 발전단지 집중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주요 4개 발전단지(서해안중부, 동해안, 고리, 인천)에 설비용량이 2013년 3960만㎾(설비점유율 47%)에서 2027년에는 1.8배로 증가한 7023만㎾에 달하는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발전설비가 증가하면 수송을 위한 송전설비도 늘어나야 한다. 원거리에 입지한 발전력을 수요지까지 원활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장거리 송전설비 경과지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요 4개 발전단지에서 발전력 수송을 위한 인출선로의 용량합계는 2013년 9665만㎾에서 2027년 1억1946만㎾로 1.2배 정도 증가하는 수준에 머문다.

최근 확정된 `장기 송·배전설비 건설계획`도 송전망 불안을 해소하진 못한다. 향후 15년간의 전력망 확충계획을 담은 이 계획은 현재 8200만㎾ 수준인 발전설비가 2027년 13만850㎿로 증설된다는 전제 아래 수립됐다. 계획에 따라 총연장 3만1600km의 송전선은 2027년 3만8600Km로 7000km 늘어나고, 760개인 변전소는 187개 늘어난 947개가 된다.

20년 단위의 장기 송·배전 건설계획이 확정됐으나 최근 사회적 수용성 악화로 송전선과 변전소 신규건설은 난항이 예고된다. 전력당국 역시 건설여건 악화를 우려해 신설 물량을 최소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전망 갈등의 증폭

송전망은 발전소 입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으로 송전계통에 여유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소가 건설된다.

최근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은 `에너지기본계획 정책제안`에서 발전소 건설계획에 부수적으로 송·변전설비를 건설하는 방식에서 송전망 제약 아래 발전 설비의 입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발전설비와 송전설비 건설 계획을 묶은 것. 신규 발전사업자에는 송전계통이 가능한 곳에만 발전소를 건설하도록 유도된다.

민간발전소 송전선로 연결 작업도 어려워진다. 6차 민간발전 사업자 대다수가 송전망을 새로 건설하거나 이중 일부는 당초 사업계획과 다른 경로의 송전망 건설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송전망 건설 구간이 늘어나는 등 부담도 증가추세다.

송전연결 구간에 변화가 생기면서 민간발전사의 우려 목소리도 크다. 특히 밀양 사태로 송·변전 설비 주변지역 지원법 등이 발의되는 등 보상과 민원 해결 여건이 점점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송전망 건설비용과 책임은 발주사인 발전사가 진다”며 “신규부지 발전소 건설로 송전망도 새로 연결해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구간 변경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전력계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전력계통을 권역별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민원과 환경문제로 송전선 건설이 어려운 만큼 대용량 발전단지와 초고압 송전망을 건설하기보다 산업단지와 도심지 수급을 담당하는 분산형 전원을 촉진해 전력계통의 집중화를 막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국 송전탑 수

자료:한국전력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