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 디스플레이나 홀로그램에서도 유리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입니다.”
지난달 23일 삼성이 코닝의 최대주주가 되는 내용의 파격적인 계약을 체결하며,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유리의 중요성이 점점 떨어질 것이라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코닝 글래스테크놀로지 사업부의 피터 보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 폴리머는 열·스트레스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유리의 공정 안정성을 빌린다”며 “최종 디스플레이에 유리가 없어도 유리 기술은 여전히 핵심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홀로그램도 공간에 이미지를 투사할 수는 없고 간섭 필터(interference filter)를 거쳐야 한다”며 “홀로그램을 고해상으로 만들려면 유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나 홀로그램 외에도 직접 홍채에 이미지를 투사하는 방식처럼 개인형 디스플레이가 발전하면 유리가 설 자리는 줄어든다. 하지만 보코 CTO는 “사람들은 이미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함께 TV를 보기도 한다. 디스플레이는 사회성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만약 모두가 저마다의 디스플레이를 고집한다면 서로간의 `교감(touch)`은 사라진다”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주류가 될 것이고 여전히 유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코 CTO는 소비자 가전용 유리 업계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그린 동영상 `유리와 함께 하는 하루`의 기술 자문을 맡기도 했다. 미래를 상상하고, 이를 구현할 실제 기술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그는 저전력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코 CTO는 “미래 주택의 벽면·유리창 등에 모두 디스플레이가 구동된다면 현재 기술로는 미국에서만 1기가와트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70개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저전력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특수 유리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닝은 이들 기판을 위해 `로터스`라는 제품군의 특수 유리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미래 유리 기술의 핵심으로는 `유연성`과 `롤투롤 공정`을 들었다. 보코 CTO는 “폴리머만큼 내구성이 있도록 유리를 강화하는 등 수 많은 첨단 기술도 필요하다”며 “또한 고품질의 디스플레이 연속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롤투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업계 전반의 협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