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전국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올해 수능은 고3 재학생, 재수생, 검정고시생 등 65만752명이 응시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평가 받았다. 올해도 예년처럼 시험장 정문에 엿을 붙이며 기도하는 부모님, 경찰차나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헐레벌떡 시험장에 들어서는 수험생 등이 화제를 모았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 대부분은 맥이 풀려 변화된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 이번 주말에는 지난 12년간 고생한 수험생 자녀를 위해 특별한 뒤풀이를 마련하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예비 대학생 자녀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다.
◇공연 관람으로 감성 충전
고3 자녀는 감수성이 메마르기 십상이다. 주말에도 보충수업, 자율학습, 학원, 독서실 등에서 수능을 준비하며 영화, 연극, 소설 등 감성을 자극하는 창작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녀와 좋은 공연 한 편을 함께 관람하며 감성을 충전하고 공감대도 형성하자.
피엠씨프러덕션이 국내 3개 전용관에서 매일 공연하는 `난타`는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비언어극(넌버벌퍼포먼스)이다. 사물놀이 가락을 소재로 주방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코믹하게 그린다. 지난 1997년 초연 이래 우리나라 공연 사상 최대 관객을 동원했으며 아시아 공연물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현재는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연간 75만명을 웃도는 외국인 관광객이 공연장을 찾으면서 우리나라 대표 공연으로 자리매김 했다. 세계 여러 나라 외국인 관람객과 함께 웃고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자녀에게 선사할 수 있다.
서울 명동, 충정로, 제주 전용관에서 각각 3회, 2회, 2회 씩 매일 공연을 진행하며 티켓 가격은 좌석 위치에 따라 4만~7만원이다. 전용관 위치, 티켓 예매 등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nanta.i-pmc.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2월 말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빨래`는 관객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8년여 간 34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한 스테디셀러다.
서울의 한 작은 동네로 이사 온 27살 여주인공이 빨래를 널러 올라간 옥상에서 이웃집 몽골 청년과 만나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이 바람에 날린 빨래를 계기로 가까워지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을 향한 애정을 소탈한 웃음으로 전달한다. 내년부터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예비 대학생 자녀에게 안성맞춤인 공연이다.
티켓 가격은 R·S석이 각각 5만5000원, 4만4000원이다. 요일별 공연 횟수, 시간, 출연 배우 등 자세한 정보는 인터파크 등 티켓 전문 온라인몰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3 서울 북 페스티벌
수능을 준비하면서 국어·영어·수학 등 재미없는 교과서만 봐야 했던 자녀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돌려주자.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도서관이 주관하는 `2013 서울 북 페스티벌`이 9일까지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6회 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공유, 공부, 공감을 주제로 70여 개 도서관, 36개 출판사, 5개 출판·독서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 지난해보다 3배가량 확대된 규모다.
`우리 도서관 집들이`는 축제에 참여한 여러 단체가 모여 각자 마련한 부스를 소개하고 교류하는 자리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축제`라는 의미를 담아 자유롭게 부스를 둘러보고 떡을 나눠 먹는다.
8일에는 시, 소설 등 장르에 상관없이 시민들 누구나 낭송할 수 있는 `뭐든지 낭송회`, 자신이 지은 창작 그림책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1인극 테이블 공연 `그림책 작가의 몸짓 공연`이 준비됐다.
`휴먼 라이브러리(사람도서관)`는 책을 빌려 읽는 것처럼 사람이 책이 돼 지식과 경험을 서로 나누는 이색 프로그램이다. 9일 서울도서관 5층 로비에서 오후 3시부터 4시 반까지 진행한다. 5~6명 독자가 소규모로 참여하며 `미실`을 지은 김별아 작가가 행사 당일 사람 책 중 한 명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의 권기봉 작가는 서울광장에서 조선 후기 대중 앞에서 고전소설을 낭독했던 `전기수`를 소개한다. 마지막 전기수로 알려진 충남 무형문화재 정규헌 선생은 심청전과 현대동화 강독을 선보인다.
축제 기간 동안 서울도서관과 시민청에서는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이 진행된다. 김민웅, 김진명, 김형경, 성석제, 손철주, 이덕일, 이문재, 이원복, 이한, 장석주, 한수산 등 유명 작가 11명이 직접 강연에 나서 시민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서울광장에서는 `가을엔 책 선물 캠페인`이 열린다. 책 기증·나눔 운동을 추진하는 봉사모임 `기적의 책꽂이`가 6개의 주제를 마련한다. 시민이 직접 주제를 선택해 책을 기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연인, 친구, 가족 등 커플이 밤새 독서를 즐기는 `야(夜)한 독서, 밤의 도서관`, 아빠가 자녀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아빠 어디가? 도서관에` 등이 준비됐다. 참가 신청 및 자세한 행사 정보는 서울북페스티벌 블로그(blog.naver.com/seoul_book)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