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모터스포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그렇지만 이는 포뮬러원(F1)같은 굵직한 대회를 뜻하는 것으로, 현대가 이런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른바 `슈퍼카`로 불리는 고성능 스포츠카 라인업이 없어서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전통적인 스포츠카 브랜드 외에도 BMW의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아우디 S(RS) 등 고성능 라인업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물론, 닛산의 GT-R, 토요타 렉서스 LFA, 혼다 NSX 등 일본차 회사들도 상징적인 차 한대쯤은 갖고 있다. 그런데 현대는 제네시스 쿠페가 고작이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갑작스레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출전을 발표하며 고성능차 개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WRC는 올해로 41회를 맞는, 양산차를 경주용 차로 개조해 완성차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세계적인 권위의 대회다. 현대는 WRC와 글로벌 모터스포츠 활동을 위해 독일 바이에른주 알체나우시에 현대모터스포츠 법인까지 세웠다. 유럽기술연구소, 유럽디자인센터, 뉘르부르크링 테스트센터가 50km이내에 있어 더욱 긴밀한 협력이 가능한 곳이다. 체계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WRC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고성능 스포츠카 만드는 데 집중하고, 순차적으로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WRC에 출전할 i20 월드 랠리카의 특징을 살펴보면 이해가쉽다. 1.6ℓ급 터보차저 엔진으로 300마력의 힘을 내며, 경기 전용 6단 시퀀셜 변속기가 탑재됐다. 여기에 4륜 구동 시스템, 다양한 노면에서 최적의 주행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용 서스펜션 시스템도 장착됐다. 마지막으로 낮은 무게중심 및 타이어별 무게 배분 최적화, 공기역학적 디자인 개선 등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