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스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자세히 말하면 빅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구현한 업체로 핵심 기술은 `추천 알고리듬`이다. 말 그대로 이용자 취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술이다. 최근 아마존·넷플릭스 등 글로벌 IT기업이 매진하는 분야기도 하다. 프로그램스는 이를 적용한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로 이름을 알렸다.
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시작 후에도 꾸준히 기술을 가다듬어야 한다. 매출이 나오려면 1·2년은 필요하다. 프로그램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웹 버전을 시작으로 올해 5월 모바일 버전을 내놓은 신생 스타트업이다.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모바일 버전은 벌써 입소문으로만 35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박태훈 대표는 왓챠로 “정보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며 “이용자 취향을 고려한 추천 서비스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스는 최근 영화 배급사와 손잡고 비공개 타깃 시사회를 열었다. 타깃 시사회란 `영화를 흥미롭게 관람할 만한 관객`을 선정해 개봉 전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비티의 경우 일반 관객이 남긴 평점은 3.3이었지만 타깃 시사회는 4.6점을 기록했다. 영화 배급사에겐 유의미한 수치다.
단순히 최신 영화 추천 서비스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SK플래닛 VOD서비스 `호핀`과 제휴로 `롱테일 콘텐츠` 소비 유도에도 나섰다. 박 대표는 “제휴한 지 열흘 만에 프로그램스를 통한 유입이 6500회가량 있었다”며 “기업이 보유한 예전 영화를 추천해서 다시보기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이용자와 기업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왓챠는 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당연히 수익도 없다.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려는 야심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대상 서비스는 사용자를 모아 꾸준한 유입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고객이 모이면 돈은 저절로 생기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달 처음으로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온다”며 “지금은 영화 타깃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고 롱테일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프로그램스는 메가인베스트먼트,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에서 2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케이큐브벤처스에서 8억원을 투자받고 1년 만에 `시리즈B`를 받은 셈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계에서 드문 사례다. 박 대표는 “투자금으로 개발 인력을 충원하고 의미 있는 마케팅을 진행해 왓챠를 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끔 만들고 싶다”며 “추천 서비스를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도서 등으로 확장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알고리듬을 구현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