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공간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다 뜻하지 않은 재난을 겪은 인간의 분투를 감동적으로 그렸다. 선악 구도가 분명하거나 반전이 거듭되는 복잡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관심을 보였던 것은 배경이 다름 아닌 우주였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우주는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처럼 우주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나라 입장에서는 더욱 특별하다.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몇 번의 연기 끝에 쏘아올렸을 때 얼마나 가슴을 조마조마했던가. 우주왕복선이나 로킷만이 아니라 우주인을 양성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이었던 이소연 박사, 고산씨 두 사람의 훈련 비용에만 25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
지금에야 돈이 많은 부자는 우주관광도 할 수 있지만, 정식으로 `우주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여전히 한정돼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은 러시아의 군인 유리 가가린이었다. 과거 냉전시대 미국과 러시아(구 소련)는 경쟁적으로 우주과학에 투자했다. 특히 초기 우주과학은 미국보다 러시아가 앞서 있었다. 우주에 관한 첫 기록 중에 러시아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여성 우주인도 러시아의 발렌티나 테레쉬코바였다. 그는 최근 소치 동계올림픽 성화주자로 선정돼 다시 한번 화제에 올랐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가가린은 공군 중위 신분으로 인공위성 보스토크 1호에 탑승했다. 당시 나이 만 27살의 그는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체력 운동은 물론 수십번 이상의 낙하운동 등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일들을 경험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29분 동안 지구 상공을 일주했고, 이는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이었다. 돌아온 그는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라고 말했다.
영화 그래비티를 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우주를 묘사했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극복하기 어려운 상실로 고통 받는 인간이 어떻게 다시 삶의 의지를 찾아가는 지 우주라는 아득한 공간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죽음의 위기를 겨우 피하고 무중력공간에서 마치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 주인공의 모습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에서, 나는 이 영화가 가리키는 것은 우주가 아니라 오히려 지구와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지구에 새로운 생명체가 시작되는 모습을 은유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인류를 비롯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기원을 우주에서 온 운석에서 찾는 과학자도 있다.
유리 가가린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었던 최초의 인간이었지만, 그의 삶은 길지 않았다. 그가 우주에서 돌아온 뒤 훈련 중 비행사고로 죽었을 때 나이는 37살이었다. 우주에서 살아남는 것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욱 힘든 오늘일지 모른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