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회사 A는 최근 한국어도비시스템즈로부터 라이선스 추가 계약 공문을 받았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전체 직원의 30%가 사용하기 때문에 최소한 A사도 비슷한 수준의 사용자 수로 계약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감사 혹은 실사를 나가겠다고 했다. A회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일방적인 통보에 기분이 상해 담당 영업사원과 언성을 높이다 감정까지 틀어졌다. 실제 A회사는 전체 직원의 20%도 어도비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어도비시스템즈가 국내 산업별 대표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법 SW 사용 단속을 강화하면서 고객과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라이선스 계약 수준을 기준삼아 국내 기업 고객에 일방적으로 추가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하는 것에 불만이 높다.
금융업계 B사도 최근 어도비시스템즈로부터 전체 직원 수 대비 라이선스 계약 규모가 적다는 것을 문제 삼아 곤혹을 치렀다.
이 회사 CIO는 10일 “미국 유명 금융회사들을 예로 들면서 전체 직원 수 대비 라이선스 계약이 너무 낮다며 추가 계약을 요구해 왔다”며 “기업마다 환경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기준으로 불법 SW 단속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사용자들의 불만이 거센 것은 정품 사용자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시작된 감사라는 게 국내 고객들의 원성을 높였다. 실제 어도비시스템즈는 산업별 10위권 내 굵직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추가 SW라이선스 계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품 SW를 사용하고 있는 굵직한 기업들이 단속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기존에 국내 어도비 총판들이 수주 금액만큼 라이선스 규모를 등록하고 실제로는 더 많은 수의 제품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제 사용 현황을 따져보면 계약한 것 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총판이나 대리점이 그렇게 영업을 해온 것을 한국어도비에서도 잘 알고 있다”며 “지금 와서 이렇게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총판과 짜고 치는 게 아니고 뭐냐”고 항의했다.
이에 일부 고객은 국산 솔루션으로 대체하거나 법정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고객사의 한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대체 솔루션을 검토할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더 이상 어도비 아크로뱃을 추가 사용하지 말라고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어도비 측은 “글로벌 기업들의 라이선스 체결 현황은 참고 사안으로만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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