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유료방송 콘텐츠는 맥을 못 춘다. 또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이 다양한데 지상파 콘텐츠 의존도가 너무 높다. 편성도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관련 규제는 제각각이다.
최근 지상파 콘텐츠 독점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드라마를 시작으로 지상파방송보다 시청률이 높은 유료방송 콘텐츠가 등장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에게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더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경쟁에 불을 지핀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규제가 워낙 심한 탓이다.
방송법은 MPP 매출이 전체 PP시장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유료방송까지 포함한 전체 방송시장 매출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지상파방송사에 비해 엄한 규제다. 가입자가 아닌 매출 점유율까지 규제하는 것도 세계적으로 드물지만 방송사업자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 다른 규제 잣대는 케이블TV와 IPTV간에도 적용된다. 이러니 불이익을 받는 방송사 불만이 팽배하다.
방송시장이 급변한다. 미국만 해도 전통적으로 시장을 지배한 유료방송채널보다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가 더 세력을 떨친다. TV시청자 습관 변화에 맞게 콘텐츠를 제작, 유통한 덕분이다. 앞으로 방송시장은 좋은 콘텐츠를 많이 확보한 미디어 기업이 주도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우리 방송규제는 이런 기업이 등장할 기회를 막는다.
정부가 형평성 문제 해결과 아울러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방송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세웠다. 그런데 방송사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니 논의가 늘 겉돈다.
한미 FTA 발효로 2015년부터 월트디즈니, 타임워너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기업이 직접 들어온다. 그나마 있는 시장도 빼앗길 판이다. 방송사들이 공멸을 면하려면 제 텃밭을 지키려 경쟁자를 규제로 옭매는 `제로섬 게임`을 중단해야 한다. 서로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시급하지만 그 이전에 규제 형평성이라도 맞춰놓아야 이런 논의가 본격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