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의료IT 수출, 변수 많아 `난관`…시행협약 체결 상당히 늦어질 듯

1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형 의료IT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국의 다양한 변수로 당초 계획과 달리 시행협약을 체결하는 데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의료IT 수출 사업자 선정을 위해 실사를 준비해온 업체들은 일정지연에 대책 없이 속앓이만 하게 됐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리비아 간 보건의료 협력 시행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양국은 일정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2일 양국 주무부처 장관이 보건의료 3개 분야 협력을 합의하면서 두 달 내 시행협약을 체결하기로 한 바 있다.

10월 초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자가 우리나라를 방문해 진행하기로 한 IT업체 실사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번 협력 사업에 제안한 한 IT업체 관계자는 “10월 초에 실사를 한다고 해서 준비를 했는데, 연기된 상태”라며 “아직 실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보건의료 협력 사업에 제안한 IT업체는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SK텔레콤 3개 컨소시엄이다.

의료IT 업체 선정과 시행협약 체결 절차가 미뤄지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0월 8일부터 20일까지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인 `하지(Hajj)`를 맞아 모든 공무원이 해외에서 온 방문객을 맞이하는 데 동원돼 공공업무를 중단하다시피 했다”며 “이후 대부분 공무원이 10여 일간 휴가를 보냈다”고 전했다.

양국 장관 간 합의 후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교체된 것도 사업 지연의 단초가 됐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보건의료 협력에 합의한 진영 전 장관은 정치적 이유로 귀국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 장관도 현재 교체 대상이다.

정부는 실제 시행협약을 체결, 본격적인 의료IT 수출이 시작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내 종교적 행사들이 많아 당초 예상보다 진행이 늦어졌다”며 “사우디아라비아 공무원들이 업무를 빨리 진행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시행협약을 맺고, 사업을 본격화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최근 장관 교체 등의 영향을 덜 미치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진행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