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셜커머스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던 티켓몬스터가 글로벌기업 그루폰에 매각됐다. 선두주자 티몬이 미국 리빙소셜과 2년 만에 결별해 글로벌 소셜커머스 1위인 그루폰에 2억6000만달러(약 2800억원)에 매각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와 신규 아이디어로 무장한 국내 벤처와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에 연이어 매각되고 있다. 새로운 투자회수(exit) 사례라는 평가도 있지만 알짜배기 새싹기업이 해외로 넘어가면서 헐값 논란과 함께 건전한 국내 생태계 조성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칫 해외에 매각된 업체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독과점하면 국내 후발업체의 성장 기반마저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계vs토종, 치열한 경쟁
산업계에서는 티켓몬스터가 그루폰에 매각되면서 2년 전 리빙소셜 인수 당시처럼 쿠팡·위메프 등 국내업체와 시장 주도권을 잡기위해 벌어졌던 전쟁이 다시 재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오픈마켓이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미국 이베이가 2001년 옥션, 2009년 G마켓을 인수하며 국내 오픈마켓시장의 70%를 점유한 가운데 11번가 등이 경쟁하고 있다.
취업포털 시장에서 잡코리아와 사람인의 경쟁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례다. 2005년 미국 몬스터월드와이드에 매각된 잡코리아와 토종기업 사람인을 대상으로 공정위와 경찰, 검찰 등에 각종 고소와 고발을 진행했다. 대부분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 등을 받았지만, 양측의 신경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될성부른 떡잎 `외국자본으로`
옥션으로 시작된 글로벌 기업의 인수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영상물 자막공유 사이트인 `비키`도 비슷한 사례다. 미국에서 창업했지만, 국내에 기반을 둔 `비키`는 일본 라쿠텐에 매각된다. 해외 매각은 더 늘어날 조짐이다.
모바일 비즈니스 특성상 국내에서 창업한 회사도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고 해외 시장에서 먼저 주목 받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라이프-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플래닛이 대표 사례다.
◇잇딴 매각은 `국내 M&A 부재가 문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의 위상 제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국내 M&A 시장의 부재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숨어 있다. 자본과 각종 지원이 뒤따르면 파이를 키울 수 있지만 이른 시기에 매각되면서 과실은 해외 자본이 거둬간다는 지적이다.
몬스터월드와이드는 최근 경영권을 유지한 채 잡코리아 지분 49.9%를 H&Q AP에 9000만달러에 매각했다. 몇 년 전 지분 100%를 인수할 당시 가격과 비슷한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에 매각된 회사는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덩치를 키우며, 국내 후발업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다”며 “국내 M&A시장 부재는 다양한 방면에서 국가적인 손실을 가져 올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