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IP) 금융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인식`입니다. 기업이 가진 IP를 자산으로 생각하고 융자하거나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만 정작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연한 상황입니다. 투자 위험도 있고 회수 전략도 갖춰지지 않은 만큼 인프라 조성부터 해야 합니다.”
민관에서 IP 자산을 담보로 투자하는 IP 금융에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큰 방향에서는 IP 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공감하지만 아직 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은행·벤처캐피털(VC)·엔젤 등 금융권보다는 정부에서 이끌어 가려는 모양새다.
김은섭 아이디벤처스 대표는 우리나라 첫 IP 전문 VC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VC 가운데 IP에 특화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아이디벤처스가 총대를 메고 민간 IP 금융 생태계 조성에 뛰어 들겠다”고 말했다.
아이디벤처스는 지난해 6월 창업투자회사로 정식 출범했다. 일반 VC와 달리 IP 기반 기술사업화 벤처와 스타트업 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지금까지 2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5곳의 기술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김 대표는 지난 8월부터 아이디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일부에서는 돈은 있지만 투자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사업하는 벤처, 뛰어난 기술을 확보한 투자 대상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맞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투자할 곳을 찾는 것도 경쟁적으로 발로 뛰어야 합니다.”
아이디벤처스는 IP금융 활성화 일환으로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 VC 한 곳이 좋은 특허와 기술을 찾아 투자하고 벤처를 성장시키는 것은 지금 우리 시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다양한 분야에 있는 IP 전문기관과 협력해 시장을 키워야한다. 지난달 대한변리사회와 `IP 가치평가와 우수 IP 사업화 기업에 대한 투자` 업무 협약을 맺은 것도 아이디벤처스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의 일환이다.
“VC 단독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각 전문 분야에 맞는 역할 분담도 필요합니다. 변리사회는 기술 분야별로 체계적인 IP 가치 평가와 사업성 평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디벤처스는 IP 평가를 기초로 강한 IP를 보유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아이디벤처스는 최근 한양대 등 대학 기술지주회사와 협력 모델을 만들었다. 대학에서 나온 양질의 특허가 기술지주회사에서 사업화되는 과정에 VC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대학뿐만 아니라 사업화 전문회사와 투자 협력체계를 갖출 것”이라며 “민간 영역에서 IP 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각 전문 분야별 역량이 동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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