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수출기업의 전략물자 판정신청과 행정처분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전략물자 전담조직을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전략물자 수출과정에 빈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수출기업에 또 하나의 `손톱 밑 가시`가 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기업이 제품 수출에 앞서 관리기관에 전략물자 해당 심사를 의뢰하는 사전신청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급증했다. 지난해 7708건으로 전년 대비 87.6% 치솟은 데 이어 올 9월 현재 1만1097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신청건수 중 실제 전략물자로 판정되는 비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9~2011년 10%대 초반에서 지난해 20.3%로 늘었다. 올해도 9월 기준 21.3%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전략물자 수출 규정을 어겨 행정처분을 받는 기업도 덩달아 많아졌다. 올해 행정처분 건수는 6월 현재 66건으로 지난해 연간 28건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수출기업의 전략물자 문의가 증가하고 취급 범위가 넓어지는 동시에 규정을 위반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형국이다.
국내 전략물자는 산업부·방위사업청·통일부·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산업·군용 이중용도 품목, 방산물자, 원자력 전용품목 등으로 나눠 관리한다. 이 가운데 일반 수출기업과 밀접한 산업용 이중용도 품목, 일반 방산물자는 산업부가 맡고 있다.
산업부는 수출 중소기업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홈닥터 사업 등을 벌이고 있으나 인력·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제도 홍보와 사전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었다. KT가 수년 전 전략물자인 위성을 허가 없이 해외에 매각했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후에야 인지했다.
산업부는 전략물자 관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우선 이를 전담하는 무역안보팀을 내년 상반기 `과` 조직으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최근 안전행정부와 직제 개편, 인력 충원에 관한 협의를 마쳤다. 내년 조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지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전략물자 취급 기업과 넓어지는 전략물자 범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과제로 지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략물자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하지만 자칫 수출기업에는 `규제 강화`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전략물자
대량 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이들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말한다. 가령 탄소섬유는 테니스라켓 소재로 사용되지만 미사일 동체에 쓰일 수 있어 전략물자로 분류된다. 이를 수출할 때는 정부로부터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략물자 사전 판정 신청 및 행정처분 추이 (단위:건)
※자료:산업통상자원부(해당률은 신청 건 수 중 전략물자 판정 비율)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