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결핵의 역습

최근 북한에 다제내성결핵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결핵은 영양상태가 안 좋으면 쉽게 감염되는 대표적인 후진국 질병이다. 완치가 쉬워 이제는 기억 속에서 잊힌 질병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결핵의 역습은 다시 시작됐다.

투과형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박테리아 무리. 화살표는 분열중인 박테리아 모습.
투과형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박테리아 무리. 화살표는 분열중인 박테리아 모습.

다제내성결핵은 결핵 가운데서도 가장 치료가 어렵고 치사율이 높다. 일반 결핵은 약물치료와 영양소 섭취만 잘하면 쉽게 낫는 반면 다제내성결핵 완치율은 50%에 불과하다. 약값도 보통 결핵 약의 150배나 되고 치료기간도 2~3년이나 걸린다.

다제내성결핵은 가장 강력한 결핵 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INH)와 리팜피신(RMP)에 내성을 지닌다. 결핵에 걸려 항생제를 투입해도 세균이 죽지 않고 몸속에서 계속 증식한다. 다제내성결핵은 일반적인 결핵을 치료하는 도중 항생제 투입을 중단하거나 몸속 세균이 모두 죽지 않을 때 발병한다. 병세가 호전됐다고 항생제 투입을 중단하거나 결핵을 쉽게 생각해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얼마든지 발병할 수 있다.

더욱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도 쉬워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병빈도가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은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에서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국내 법정 감염성 질환 중 결핵은 가장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다제내성결핵 환자 수는 2010년 대비 2011년 15% 증가했고 그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한 질병이 다시 창궐하는 이유는 뭘까. 결핵균이 기존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 즉 내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치료제를 투입한 초기에는 증식을 억제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성을 얻는 개체가 살아남아 다시 증식을 시작한다.

내성을 얻은 결핵균은 더욱 강력해진다. 광범위 내성결핵처럼 다제내성과 더불어 항생제 및 2차 항결핵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도 있고 최근에는 인도에서 현존하는 어떤 항생제를 처방해도 치료가 불가능한 슈퍼결핵도 발병했다.

세균은 생명체로 생존에 필요한 진화를 거듭한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도 진화의 과정이다. 항생제는 병원균의 세포벽 생성을 억제해 세포막을 파괴하거나 유전자 활동을 방해해 단백질을 합성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세균은 평소에도 꾸준히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있으며 항생제에 노출되면 더욱 강력한 내성을 얻는 개체가 살아남는다.

항생제를 직접 분해할 수 있는 물질을 생성하며 놀랍게도 자신이 얻은 내성을 다른 개체에게 쉽게 전달하는 기작도 갖고 있다. 어떤 항생제에도 견딜 수 있는 슈퍼박테리아도 항생제 내성을 다른 개체에 전달하면서 만들어진 변종이다.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얻으면서 치료도 어려움에 봉착했다. 항생제 개발이 어렵고 종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존 방식의 치료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도 병원균이 새로운 내성을 얻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로 인해 박테리아 치료 패러다임도 점차 바뀌고 있다. 기존 항생제가 작용하는 기전과 달리 내성을 보유할 수 없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세계가 뛰어든 상황이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세균)은 인체에 들어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차이가 크다. 세균은 세포물질로 양영분만 있으면 분열을 통해 얼마든지 증식할 수 있다. 핵과 여러 가지 소기관을 갖추고 있어 에너지를 소비하고 핵을 증식시키는 생명활동을 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독자 증식하지 못하고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개체수를 늘린다. DNA, RNA 같은 유전물질만 가지고 인간의 세포 속에 들어가서 그 세포의 효소, 단백질 등을 이용한다. 때문에 숙주가 없으면 바이러스는 어떤 생명 활동도 하지 못한다. 버스손잡이, 휴대전화 등에 박테리아는 증식할 수 있어도 바이러스는 증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체내에 들어오면 박테리아보다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이다. 세균은 피부 상처나 호흡기로 인체로 침입한다. 바이러스는 혈액, 타액,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들어온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소독약이나 열에 강하고 전염이 빠르다. 돌연변이 확률도 높아 치료물질이 작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매번 변형할 수 있고 수개월 잠복할 수 도 있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대표 질병으로는 감기, 독감, 수두, 대상포진, 에이즈 등이 있으며 박테리아는 폐렴, 결핵, 파상풍 등을 일으킨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