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차 경질인사 추측 난무](https://img.etnews.com/photonews/1311/499643_20131118163609_425_0001.jpg)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달 초 단행한 연구개발본부 깜짝 경질인사를 두고 업계의 뒷말이 무성하다. 정기 인사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사조치가 이뤄진 것이어서 배경을 두고 추측이 난무한다. 현대차는 `일련의 품질 현안에 대한 책임`을 경질 배경으로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질된 연구개발본부장은 취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올해 문제가 된 차량은 대부분 2011년 전에 생산된 것이다. 전혀 업무 연관성이 없다.
업계가 추정하는 대표적 경질 사유는 `현대오트론 책임론`이다. 지난해 4월 설립 후 1년 반 동안 소위 `실적`이 보이지 않자 그 책임을 물어 설립을 주도한 사람을 내쳤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내게 거짓 보고를 했느냐”며 관련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에 경질된 인사들은 직·간접으로 현대오트론 설립과 관계가 깊다. 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금이 과연 현대오트론의 `실적`을 따질 시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사는 황무지와도 같은 우리나라 차량 반도체 및 전자제어시스템 분야 기술 확보라는 목표로 설립됐다. 적어도 1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중대 과제를 주고는 고작 1년 반만에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묻는다는 건 갓난아기에게 뛰지 못한다고 나무라는 꼴이다.
또 다른 경질사유는 이른바 `기계-전자 힘겨루기`다. 차량 전장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통의 기계 전공 인력과 신진 전자 인력이 내부에서 힘겨루기를 하다 전자 세력이 패한 것이 이번 경질 인사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정말 유쾌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어느 설명이 진실에 가깝든, 글로벌 자동차 업계 흐름과 너무도 동떨어진 사태가 우리나라 최고 자동차 회사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에 좌절감마저 느껴진다. 한가해도 너무 한가한 것 아닌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