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연말 인사, 제조 전문가 주목받는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내에서 최근 기능 조직별 위상이 사뭇 달라지는 분위기여서 연말 인사·조직개편을 앞두고 후방 협력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선행 개발, 상품 기획, 마케팅, 제조 등 핵심 기능 조직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이 실리느냐에 따라 구매 전략, 즉 협력사 정책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중 수시 인사를 관례화한 무선사업부는 올해 들어서도 이미 이 같은 기류 변화를 예고한 터여서 관심이 더욱 크다.

근래 가장 주목되는 모습은 무선사업부 내 제조 조직의 위상 강화다. 그동안 제조 인력은 선행 개발, 재무·마케팅 등 핵심 부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다. 임원 승진 경쟁에서도 밀렸다. 그러던 제조 전문가의 역할이 한층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김종호 부사장이 끌고 있는 글로벌제조센터가 급부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제조센터는 갤럭시노트3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얼마 전 갤럭시노트3용 USB3.0 독점 공급 업체가 불량 부품을 납품해 출시 일정에 차질이 생길 뻔한 일을 해결했다. 당시 글로벌제조센터는 중국 후이저우 공장에 자체 생산라인을 급히 마련해 발등의 불이었던 초도 생산 문제를 풀어냈다.

특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생산 자동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구미 프로젝트`와 소재·부품 자체 생산 확대 업무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구미 프로젝트는 이재용·최지성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직접 챙길 정도로 중차대한 과제다. 회사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데 상당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베트남 타이응웬 공장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소재·부품 자체 생산 확대도 핵심 숙제다. 생산 자동화에 속도를 내면서 타이응웬 공장을 정상 가동하면 스마트폰 출시 일정을 종전보다 20%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는 가운데 지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적기 제품 출시 체제라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 내에서 제조 전문가들과 글로벌제조센터의 위상이 커진 것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큰 틀의 전략을 반영한 셈이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연말 인사·조직개편에서도 제조 전문가들의 역할론이 강조될 것으로 점쳐진다. 김 부사장을 비롯해 톈진 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수연 전무, 구미제조센터로 복귀한 김혁철 전무 등이 무선사업부 내 핵심 제조 전문가로 꼽힌다. 베트남에 파견된 금형 전문가 중에서도 다수의 발탁 승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공식 행사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뿌리 산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한 바 있다”며 “제조 경쟁력을 키우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최근 삼성전자의 기조”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