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고유 문화가 접목된 세탁기 `삼성 아가사랑`이 출시 11년 만에 세계 시장에 깔린다. 한국만의 문화인 `삶는 세탁`에 특화한 제품으로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출시를 결정했다. 세탁기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퍼뜨리는 전도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내달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아가사랑 플러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이미 중국에 특화한 중국형 모델 개발을 마쳤으며 내년도 해외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동남아·북미·중남미·중동아프리카에 순차적으로 제품을 선보인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가전에 처음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했다. 삶음 코스 확대 등은 그 결과물을 제품 개발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결과 `세탁`이란 키워드는 부정적 단어와 주로 연결됐는데 `아가사랑`은 긍정적 단어 추천이 많았다”며 “해외에서도 유아 청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 세계 시장 출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핵심인력들이 모였다. 2002년에 출시한 아가사랑을 10년만에 `리뉴얼(재개발)`하기 위해서다. 목표는 예비 엄마가 반드시 고르는 `필수(Must have) 아이템`으로 만들자는 것.
10년만의 개발인 만큼 철저한 시장조사가 선행됐다. `빅데이터`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채택됐다. 23억건의 트윗, 2억6000만건의 블로그, 107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203개 게시물을 분석했다. 삼성 가전제품으로는 첫 시도다. 조사 결과는 그대로 `아가사랑 플러스`에 묻어났다.
상품명부터 그렇다. 세탁 연관어로는 부정적 의미가 많았지만, 아가사랑은 반대였다. 대대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상품명을 그대로 살린 이유다. 아가사랑의 강점인 `삶음 기능`에 대한 호평도 확인했다. 그리고 아쉬움의 목소리를 찾았다. 이를 해결한다면 상품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삼성식 완벽주의에 다가서기 위해서다. `속옷·타월은 95℃까지 삶을 필요가 없다` `오가닉(유기체) 의류를 삶았더니 옷이 상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95℃인 푹푹 삶음 이외에 70℃(절약)와 40℃(아가옷) 삶음 기능이 추가된 배경이다.
물론 두 온도 설정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살균 및 제균력 테스트가 뒤따랐다. 정우경 삼성전자 선행개발팀 책임연구원은 “목표한 살균과 제균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는 게 적당하고 운전률은 어느 정도를 유지해야 하는지 최상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테스트했다”고 소개했다.
아가사랑 플러스는 개발진의 세심한 배려가 여기저기 배어있다. 대표적인게 `무세제 통세척`과 `불림` 기능 추가다. 개발팀이 10년에서 짧게는 2~3년 된 아가사랑 세탁기 10대를 회수해 분석한 결과, 예상과 달리 이물질이 많이 나타났다. 아기들 옷에 구토물이나 음식찌꺼기들이 의례 붙어 있고, 이것이 세탁 과정에 남았기 때문이다.
유아나 어린이가 세탁기 문(도어)을 열지 못하도록 막는 `도어 락`과 임의 조작을 차단하는 `차일드 락`도 마찬가지다. 세탁기 문을 닫을 때 소음도 줄였다. 잠든 아기를 업거나 안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서다. 세탁 후 배수되는 물의 온도를 낮췄다. 삶음 기능 때문에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화상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디자인에도 빅데이터가 활용됐다. 아가사랑 세탁기는 선물용 수요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서 세탁기에는 적용하지 않던 이중사출공법을 채택했다. 세탁기 덮개(문)가 두 가지 색깔을 냄으로써 고급스럽다. 김백형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수석은 “세탁기에 이중사출공법을 채택한 것은 처음으로 가전제품에도 주로 프리미엄 제품에 적용한다”며 “투박하지 않고 세련된 이미지를 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효율도 개선했다. 삶음 기능 때문에 5등급이었던 에너지효율을 최신 에너지 절약 기법을 대거 적용해 3등급으로 올렸다. 박민 전략마케팅팀 과장은 “95℃의 푹푹 삶음으로 90분을 돌려도 일반 가정 기준으로 전기료는 337원 정도면 된다”며 “삶음 기능 때문에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김백형 수석은 아가사랑 플러스에 대해 “지난 10년 롱런(장기 흥행) 했듯이 앞으로 10년 동안 개선하지 않아도 고객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수원=
【표 1】아가사랑 플러스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삶음 코스 세분화 결정 과정
【표 2】아가사랑 플러스의 개선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