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데스크톱(VDI) 환경을 구축한 A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VDI 환경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컴 오피스 소프트웨어(SW)에 대한 라이선스를 별도로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을 한글과컴퓨터로부터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A사는 VDI 구축 당시 관련 사업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혀 듣지 못했다. 기존 라이선스 계약으로 가상화 환경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A사는 현재 한글과컴퓨터와 관련 사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국내 제조기업 B사는 VDI 환경을 기반으로 스마트 업무 환경 구축에 나섰다. 새로 바뀌는 업무 환경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라이선스 계약을 문의했더니 한국MS 영업 담당자는 물론, 협력사 직원까지도 모두 다른 대답을 해왔다. 심지어 내용이 너무 복잡해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요청했다.
국내 사용자들이 `가상화`로 소프트웨어(SW) 라이선스 비용 폭탄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가상화 환경을 도입한 기업 및 기관, 대학 등에서 최근 SW 라이선스 관련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직까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지만 많은 영역에서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라이선스 이슈 발단은 일차적으로 SW 기업이 가상화 영역에서 명확하게 라이선스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용자도 라이선스 존재 유무를 알지 못해 챙기지 않고 있다. 게다가 SW 라이선스 체계가 너무 복잡해 단순히 고객 잘못으로 떠넘기기도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SW 기업들은 가상화 환경에서도 추가 라이선스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사용자들은 사이트 계약을 체결하면 어떠한 환경에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방된 입장”이라며 “무엇보다 이러한 가상화 라이선스 정책이 별도로 있다는 것을 고객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라이선스 비용 폭탄 맞을 위험 높아
최근 국내에서 이 같은 라이선스 문제가 불거진 데는 가상화 시장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4~5년전 서버 가상화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할 때부터 라이선스 이슈는 나왔다. 하지만 그 당시엔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대부분 서버 가상화 관련 업체들이 자사 가상 라이선스 정책을 앞다퉈 발표하며 시장 혼란을 초기에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화 영역이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라이선스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나서서 라이선스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국내도 최근 1~2년 새 데스크톱 가상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공공기관과 대학 등에서 데스크톱 가상화, 망분리 사업을 추진한 곳에서 라이선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가 라이선스 이슈에 휘말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많은 대학 및 기업에서 별도의 가상화된 SW 라이선스가 존재하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VDI 환경을 구축한 대부분 기업 및 기관에서 별도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SW 기업들이 불시에 문제 삼게 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고객·사업자·SW업체가 엮인 복잡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MS와 우정사업본부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011년 3만여대 PC를 대상으로 망분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사업자에게 가상 윈도 운용체계(OS) 라이선스 관련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망분리업체와 MS가 별도 협의과정을 거쳐 사업을 진행토록 했다. 하지만 망분리 솔루션을 공급할 당시 이 업체는 MS와 이 같은 협의를 맺지 않고 진행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내년 6월 라이선스 계약 완료 후 3만여대의 가상 윈도OS 라이선스를 체결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지면서 최근 관련 사업자와 논쟁 중이다.
◇SW 업계, 아직도 라이선스 정책 `갈팡질팡`
기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SW는 하드웨어 대수나 사용자 수에 따라 라이선스를 적용한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MS의 라이선스 정책을 참조한다. MS는 사실상 SW 라이선스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하지만 MS도 가상화 환경에서는 라이선스 정책을 명확하게 내놓지 못했다. 몇 년에 걸쳐 많이 보완되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 영역에선 논쟁이 일고 있다. 초기에 만들었던 VECD(Virtual Enterprise Centralized Desktop) 정책은 폐지했다. 소프트웨어보증(SA)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컴퓨터에 대해서만 VDA(Virtual Desktop Access)라는 라이선스를 신설하는 등 복잡했던 라이선스를 단순화했다. VDA는 가상 단말기에도 기존 라이선스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호스팅 서비스를 위한 라이선스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VDA가 있긴 하지만 호스팅 서비스 사업자를 위한 라이선스인 `서비스공급자라이선스협약(SPLA)`에는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KT, LG CNS 등이 클라우드 기반 호스팅 VDI 사업을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오라클, SAP 등도 아직 가상 환경에서 구체적인 라이선스 정책을 별도로 밝히질 않고 있다. 기존 정책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지만 향후 이들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추진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국산 SW 기업으로는 한글과컴퓨터가 가장 먼저 가상 라이선스를 내놓았다. 3년 전 한컴은 가상화 환경에서 한컴 오피스를 설치해 놓고, 이에 연결된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경우 `CLA 옵션`이라는 추가 계약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컴 내부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용` 라이선스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라이선스 정책은 국내 고객 대부분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컴 고객사의 한 관계자는 “한컴이 별도 가상 라이선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가상화 업무 환경을 구축할 때 이러한 정보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컴도 그동안 고객들에게 가상 라이선스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은데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고객사와 협력사에 이 같은 정책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한컴 관계자는 “앞으로 VDI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 및 기관에서 가상 라이선스를 제대로 인지해 계약 체결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가상화 환경에서 SW 라이선스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으면 더 많은 고객들이 혼란을 느낄 것이고, 결국 고객과의 관계도 멀어질 수 있다”며 “명확한 라이선스 정책을 세우고 고객과 공유하는 것이 라이선스 대란을 막을 수 있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