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그로스 2.0 이젠 에너지 안보다]<39>SK 울산CLX를 가다

서울은 체감 온도 영하 4도를 기록하며 겨울이 시작됐음을 느낄 수 있던 지난 19일, 울산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 울산콤플렉스(CLX)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만큼 활기차게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826만여㎡(250만평)의 광대한 부지에 8개 자체 부두시설과 100여개의 첨단 자동화공정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 석유화학 단지인 울산CLX는 대한민국 석유산업의 심장인 만큼 쉴 새 없이 뛰고 있었다.

<자료:SK이노베이션>


자료:SK이노베이션

석유제품을 출하중인 로딩암.
석유제품을 출하중인 로딩암.

울산CLX에서 느낀 것은 `거대함`이다. 울산CLX는 서울 여의도의 2.5배 크기인 826만여㎡에 원유저장시설, 정유공장, 중질유 분해공장, 나프타분해공장, LPG 지하암반 저장시설, 송유관, 전용 부두가 모두 모여 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벙커C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뽑아내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중질유 분해공장 등 고도화설비도 갖추고 있다.

울산CLX는 하루 최대 84만배럴의 원유처리능력과 연간 770만톤의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전체 제품 중 6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쌀쌀한 날씨 속 부두에 접안된 육중한 석유제품 수출선에 석유제품 선적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두에 줄지어 선 대형 제품선에는 SK이노베이션이 수출할 석유제품이 복수의 파이프라인에서 쉴 새 없이 주입되고 있었다. 로딩암이라고 불리는 이 장비는 파이프 하나가 시간당 1만5000배럴을 선적할 수 있다. 최대 100만배럴 규모 제품 선적에는 두세 개의 로딩암을 이용한 동시 주입이 이뤄진다. 로딩암 세 개를 동시에 연결해 제품을 선적하는 기술은 국내에서 SK에너지가 유일하다.

울산CLX는 원유 수입과 석유제품 수출을 위해 선박 2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8개 부두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유 기준으로 최대 200만배럴 규모 대형 운반선 접안도 가능하다. 이 부두를 이용해 연 1200여척의 선박이 드나들고 국내 하루 석유소비량(200만배럴)의 15%에 해당하는 30만배럴을 매일 수출한다.

울산CLX를 돌다 보니 거대한 석유저장탱크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원유저장탱크 수는 34기로 최대 약 200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저장탱크 한 개당 최대 75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으며 지름 86m, 높이 22m로 장충체육관 수용 규모의 1.5배에 해당한다.

원유저장탱크에는 배관에 달려있는 열선이 눈에 띈다. 점도가 높은 고형의 원유가 들어왔을 때는 이를 액체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열선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열을 가해준다.

원유저장탱크를 제외한 제품탱크 수는 500여개로 최대 2000만여배럴의 각종 석유류 제품을 저장할 수 있으며 원유저장탱크와 합해 총 4000만배럴의 석유류 제품을 보관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CLX는 송유관이 얽히고설켜 마치 거대한 미로처럼 보인다. 원유 하역부터 정제, 석유제품 출하까지 전체 공정이 송유관에서 이뤄진다. 공장 내 송유관의 총길이는 60만㎞로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1.5배다.

윤성욱 SK에너지 부장은 “정유·석유화학시설에 `ㄷ`이나 `ㄴ` 모양으로 배관이 꼬불꼬불한 이유는 고온·고압 제품을 이송할 때 발생하는 열팽창과 수축을 완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직원은 주로 공정을 감독·관리하는 컨트롤타워에서 일한다. 공정 대부분은 자동화돼 있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컨트롤타워에서 CCTV로 각 공정의 진행 과정을 한눈에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한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공장에는 3000여명의 직원이 4조 3교대로 근무한다.

공장 규모에 비해 근무인원이 적다고 해서 생산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울산CLX는 아·태 지역 톱 수준의 생산성과 세계 최고 수준을 상회하는 설비 신뢰도를 획득하는 등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 최대 규모 정유공장보다 2.2배, 평균보다 50배 높은 수준이다.

공장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악취를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울산CLX는 주요 배출시설에 TMS로 24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저유황 원료사용, 배연탈질 설비, 배연탈황설비, 저녹스버너 설치, 유기성 휘발물질(VOCs) 및 악취방지설비 운영 등으로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부장은 “악취를 방지하려 환경시설, 출하·저장시설, 공정지역에 축열식 소각로, 바이오 필터, VOC회수 시설 등을 운영하며 쾌적한 공장환경 조성에 노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울산. 1964년 대한석유공사 시절 이곳에 3만5000배럴 규모 울산정유공장 준공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준공식 치사를 할 정도로 국가적 기대와 관심 속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50여년이 지난 지금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위용을 뽐내는,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이 된 석유제품 생산·수출기지로 변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를 바탕으로 `에너지 강국` 대한민국을 향해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기업으로 또 다른 50년을 열어가고 있다.

◆“PX공장 유해성 없다”

최근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을 두고 인천지역 주민이 유해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발암물질인 PX를 생산하는 공장이 주거지역과 인접하게 되면 주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울산CLX를 직접 방문해 이곳에서 운영 중인 두 개의 PX공장과 추가로 건설 중인 세 번째 PX공장 현장을 직접 방문, 담당 팀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유해성 우려에 옥영석 SK이노베이션 PX프로젝트 3팀장의 반응은 “천만에”였다.

10년 넘게 PX공장 운전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정비 작업자 중에서 PX공장과 관련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받았다는 사례가 전무하다는 설명이다.

옥 팀장은 “PX공장 운전기간 동안 어떤 피해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중병이 유발되거나 겪었다는 기록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PX공장 운전업무는 울산CLX 내에서도 직원에게 인기 있는 자리고 현재 짓고 있는 세 번째 공장 담당자들도 자원해서 왔다”며 “자신의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면 누가 이 업무를 자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옥 팀장은 무엇보다 PX공장에서 유해물질인 원료나 PX제품에 노출되는 기회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원료에서부터 제품이 되기까지 밀폐된 배관과 공정설비로 내부에서 처리되고 테스트나 제품분석도 계기를 이용해 외부노출 없이 진행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옥 팀장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석유화학 전문 엔지니어링업체인 UOP의 검증된 기술에 바탕을 두고 공장을 건설하기 때문에 안전이나 유해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SK이노베이션에서 PX를 공급받아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효성과 태광산업 인근 300m 거리 내에 각각 장생포초등학교와 선암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며 “선암초등학교는 울산CLX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산업단지에 유해성 등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숫자로 본 울산CLX

826만여㎡, 울산CLX의 규모다. 울산CLX 생산시설은 단일 석유화학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여기에는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 등이 입주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CLX는 각종 정유시설과 석유화학시설, 열병합발전소 등으로 구성됐다.

울산CLX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수는 680종이다. 울산CLX에서는 외국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제품뿐만 아니라 윤활유, 잉크, 아스팔트, 폴리프로필렌 등을 포함해 총 680종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울산CLX의 원유와 석유제품의 통로인 파이프라인을 모두 연결하면 40만㎞에 이른다. 이는 단일 공장기준 세계 최장거리다. 약 38만㎞인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더 긴 거리다.

울산CLX는 현재 하루 84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일일 석유소비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울산CLX에서는 일일 원유처리량의 60%에 해당되는 정유제품을 매일 수출하고 있다.

수출은 8개의 부두에서 진행된다. 울산 내항에 위치한 제1, 2부두는 인천, 부산, 제주 등 내수시장 유통 목적으로 이용되고 제3~8부두는 수출에 사용된다. 이 8곳의 부두에 연간 국내외 선박 750척이 접안한다.

울산CLX 총 근로자 수는 3000명 수준으로 타 산업과 비교해 매우 적다.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동시간 실제 근무자 수는 10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울산CLX 내 거의 모든 공장에 시스템통합 기술에 기반을 둔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적은 인원으로도 넓은 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특별취재팀=김동석 부장(팀장)윤대원·함봉균·박태준·조정형·최호 기자 gree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