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스마트폰 소재부품 기술이 자동차로...자동차의 전장화 가속

LG이노텍이 개발한 차량용 모터 및 센서
LG이노텍이 개발한 차량용 모터 및 센서

최근 미국 정부가 자동차 후방 카메라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법제화하면서 전장 부품 시장이 들썩였다.

법안이 발효되면 당장 2조~3조원의 신규 전장 부품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매년 판매되는 신차 1500만대 중 후방 카메라를 장착한 차량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신차 시장뿐 아니라 애프터 마켓 시장 규모도 적지 않아 후방 카메라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후진 사고로 해마다 많은 아동이 사망하면서 미국 내 여론은 점차 들끓고 있다. 관련 법안은 무난하게 의회를 통과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번 사건은 자동차 전장화가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주력 부품 산업인 카메라 모듈 업체들은 전장 카메라뿐만 아니라 휴대폰 카메라 제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휴대폰 카메라 모듈 업체는 지난 3~4년 전부터 자동차 카메라를 개발해오고 있으며 이미 상업화한 사례도 많다. 특히 엠씨넥스는 자동차 전장 카메라 사업으로 연간 5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 모듈 생산라인을 조금만 개조하면 전장 카메라를 생산할 수 있다.

최근 IT 부품 업체들도 잇따라 자동차 전장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코닉스는 카메라 렌즈를 국산화해 현대모비스·한국GM·타타자동차 등에 일부 납품하고 있다. 캠시스는 차량용 블랙박스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도 내비게이션 및 차량용 블랙박스를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의 전장화는 연비 절감과 안전성, 편의성 증대를 위해 파워트레인(Power train)을 비롯한 전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기전자 소재부품기업은 기술적 융·복합을 기반으로 자동차 부품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와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자 부품 기술 수준이 뛰어나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완성차의 부품 통합 형태인 모듈과 이에 대한 자동차의 세부 부품의 공급 형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다. 단순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 통합 형태에 대한 전반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자동차의 전장화는 고연비(친환경)·안전·재미·편의에 대한 시장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급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온실가스 등 환경 문제로 각국 자동차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전자 센서, 모터 등을 활용해 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IT업계는 정보통신, 차량 센서, 교통 정보 등을 종합해 최적 교통 흐름을 유도하는 스마트 정보 교통 체계까지 바라보고 있다.

자동차의 연비 절감 기술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발전되고 있다. 관련 기술은 내연 기관 자동차, 전기차로 확대 적용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내연 기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부품이 강화 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소형화, 경량화를 위해 부품 간 통합화될 전망이다.

안전성 향상을 위해서는 기존의 수동 안전, 충돌 방지, 능동 안전 시스템이 개별 부품단위에서 통합 모듈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서를 통한 단순 알람 기능에서 차체 제어로 확대 되고 나아가 다른 차량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안전을 제어하는 방향까지 모색하고 있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내비게이션, 영상음향 기기, 조절 장치 간 물리적인 통합이 일어나고 중기적으로 차량용 운영체계가 채용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차량 내 각 모듈 간 무선 통신 기능이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전장 부품 업계가 핵심 소재·부품을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전장 카메라용 CMOS 이미지센서는 앱티나·OVT·소니 등 해외 기업이 주로 생산하고 있다. 미국 기업 앱티나는 특히 시장 점유율을 앞세워 전장 카메라 표준까지 주도하고 있다.

유리 렌즈는 중국 업체들이 주로 생산한다. 국내에도 렌즈 생산 업체가 많지만 주로 휴대폰 카메라용 플라스틱 렌즈만 만들고 있다. 플라스틱 렌즈는 온도 변화에 취약해 아직 전장 카메라에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자동차 전장용 소재·부품을 국산화하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며 “산업계뿐 아니라 정부·연구소 등이 힘을 합쳐 연구개발(R&D) 및 표준 선점 등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