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중소·벤처 공공조달시장 진입장벽 낮춘다

기술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 외적인 평가항목을 형평성에 맞도록 개선한다. 소규모 사업은 실적평가를 생략하는 등 신생 벤처기업도 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다.

조달청은 중소·벤처기업의 조달 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 평가 세부기준`을 개정해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 등 높은 전문성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사업을 발주할 때 다수의 입찰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협상절차를 거쳐 가장 적합한 곳과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에만 약 1조7000억원 규모(3300건)가 집행될 정도로 정부의 주요한 발주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전체 집행규모 중 3분의 2가 IT 관련 사업이다.

조달청은 우선 납품실적·경영상태 등 기술 외적인 분야를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정량평가 기준표를 신설해 대·중견기업에 비해 열세인 중소기업, 신생 벤처기업도 기술력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간 협상계약의 기술평가는 수요기관이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정량평가와 평가위원의 정성평가로 나뉘어져 진행돼 왔다. 하지만 정량평가에 세부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기관은 신용등급, 실적 등에 관한 평가기준을 자의적으로 부당하게 설정하기도 했다. 이 점이 중소·벤처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입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앞으로는 경영상태 평가 기준표 항목을 신설해 발주기관이 주관적으로 특정업체나 대기업에 유리한 평가점수를 줄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행실적 평가 기준표도 신설해 당해 사업 규모를 넘는 과도한 실적을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고시금액(2억3000만원) 미만 소규모 사업에는 실적평가를 하지 않도록 해 신생 벤처기업이 겪어오던 진입 장벽을 제거했다.

조달청은 평가의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평가 대상 업체 및 평가위원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제안서 평가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평가위원을 사전 접촉한 행위가 확인되면 참가업체의 평가점수를 즉시 감점한다.

제안서 사전 검토 시간은 사업규모별 현행 30~60분에서 앞으로는 최소 60분 이상으로 늘린다. 특히 50억원 이상 사업은 120분 이상으로 확대하고, 2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이나 난이도가 높은 사업은 사전 검토시간을 최소 150분 이상 부여하되 평가위원 상호 토론 절차를 신설해 내실 있는 평가를 유도한다.

이밖에 `상생협력 및 하도급 계약 적정성 평가` 대상 공공정보화 사업을 현행 40억원 이상에서 20억원 이상으로 확대해 중견기업의 조달 시장 진입을 촉진한다.

김병안 조달청 구매사업국장은 “실적이나 경영 상태에서 불리한 신생 벤처·중소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대·중견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평가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정부조달 시장의 진입 문턱은 낮추되 공정한 평가를 가로막는 요인은 엄격하게 발굴·제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