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정부출연연구원을 기술사업화 전초기지로

[ET단상]정부출연연구원을 기술사업화 전초기지로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는 대학과 기업체의 연구개발(R&D) 기반이 취약했던 1970~2000년까지 30여년간 국가 R&D를 실질적으로 주도해왔다. 이 시기에 출연연은 국가 산업발전에 엄청나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1996년 이후 프로젝트 기반 시스템(PBS)에 근거를 둔 R&D가 강조되면서 고유의 중장기 플랜과 비전을 잃었고, 과거에 쌓아온 위상까지 흔들리게 됐다. 여기에 기업차원의 R&D가 고도화 및 활성화되고, 국내 대학의 R&D 수준이 세계 100대 대학의 반열에 들 만큼 향상되면서 출연연은 안팎으로 R&D 능력과 정체성에 대한 큰 도전을 받게 된다.

생존에 있어 강력한 무기를 가진 종족보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족이 결국 살아남는다고 한다. 출연연도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변화에 발맞춰 국가 발전에 대한 중심 역할을 찾아 수행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마침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창조경제 선두 주자 격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출연연의 사기를 높이고, 중소·중견업체의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로, 출연연과 기업 양쪽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프로젝트 단위의 R&D 체제를 점차 폐지하고, R&D 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 기술개발 사업에 출연연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는 계획은 반가운 소식이다.

욕심을 더 낸다면 출연연의 R&D 체계 다양성도 확보돼야 한다. 참고할 만한 해외사례로 대만이 있다. 대만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중심으로 산업성장을 이룩한 나라다. 출연연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대만의 대표적인 출연연 정책으로 3+2과제 시스템이 있다. 출연연에서 3년간 R&D를 수행하고, 나머지 2년은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벤처를 창업해 산업주체로서 사업화 과제를 직접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기술사업화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출연연과 정부의 기술 창업시스템 모델은 우리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출연연은 핵심 보유기술을 사업화해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술 사업화의 주춧돌 역할을 한다. 그러나 출연연의 보유기술을 활용해 직접사업화로 태동한 벤처들은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경영활동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다. 가장 큰 원인은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첨단기술 개발의 어려움보다도 개발된 제품에 대한 판로개척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2011년부터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추진 중인 `대학·연구기관 보유기술 직접사업화 지원사업`은 출연연이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하고 있는 기술의 직접사업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지원사업은 사업초기부터 사업화를 목표로 한 R&D 지원과 투자기업의 수요처확보를 전제로 진행된다. 판로개척 등의 어려움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출연연 또는 대학의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를 도모하는 이들이라면 꼭 활용할 것을 권한다.

출연연은 국가산업발전에 대한 국민 기대 부응과 R&D 경쟁력 강화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술의 직접사업화는 출연연의 자생력 확보와 더불어 향후 출연연과 기업체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는 선순환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창조경제 실천의 전초기지로 출연연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정부와 출연연, 기업체 모두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정우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cws@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