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채찍과 당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유교권 국가 학생들은 `내 성적이 뒤져 있다`는 판단이 들 때 노력을 더하고, 미국 등 서양 국가는 반대로 `내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나 결과에 더 분발한다고 한다.

유교권 국가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파악하고, 내 존재 가치를 인식하는 반면 서양은 나를 중심으로 주변을 파악하고 인식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한·중·일 3국은 위기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더하다. 정부가 앞장서고 기업이 이를 밀며 쉴 새 없이 위기론을 꺼낸다. `이대로 가면 IT산업은 위기다, 조선과 자동차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경제가 어렵다, 사회 전반이 위기다` 등등.

노동자의 권리나 복지, 분배의 정의 등에서 개인적 가치를 주장할라 치면 여지없이 경제와 산업 위기론이 나온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대표 기어들도 위기를 강조하며 내부 혁신을 끊임없이 외쳐댄다.

`잘하고 있으니 좀 더 잘해보자`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전 세계 국가의 우월한 분야를 한 단어로 나타낸 `세계 흥미 지도`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한 것은 일중독을 뜻하는 `워커홀릭(workaholic)`이다. 끊임없이 위기를 강조하며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심어진 결과로 보인다.

`잘 못하고 있으니 잘해라`와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라`는 어찌 보면 동기 부여만 다를 뿐 결과는 같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성취감과 노력을 계속 이어 나가려는 지속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전자는 목적을 달성하면 멈추지만 후자는 계속 더 잘하려한다.

전자의 동기 부여가 `채찍`이라면 후자는 `당근`에 비유할 수 있다. 누구나 채찍을 맞기 싫어 일하기보다는 당근을 먹고자 일하고 싶을 것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