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의 등록 면제 대상인 연구개발용 화학물질 조항에 공정개발용 및 타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물질(샘플)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화평법 등록·평가 절차로 인해 첨단 제품 연구개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한 해결책이 도출되면서 시행령 제정 작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6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평법 협의체에서 정부와 산업계·시민단체 등이 연구개발에 저해되지 않을 범위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협의체는 지금까지 회의 결과 조사연구용 물질 범위에 과학적 연구개발은 물론이고 제품 및 공정 중심 연구개발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대신 환경부는 공정개발·공정개선·테스트용 등 연구개발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화학물질 남용을 막을 예정이다. 또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공정도 제출은 기업이 결정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하되 예상 물량이나 안전관리 및 사후처리계획서는 제출하게 할 방침이다. 소량물질 면제 조항이 없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는 간이 서류로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9월 초 하위법령안 마련과 의견 수렴을 위해 산업계 대표, 민간단체, 산학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화평법 하위법령 협의체를 발족한 뒤 6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에서 도출한 합의 사항은 상당부분 시행령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업계에서는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올 5월 제정된 화평법은 등록물질 대상에 예외를 두지 않아 산업계의 큰 반발을 샀다. 연구개발 단계의 물질까지 평가와 등록을 거치다보면 연구개발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조사연구용 물질 등록을 면제한다는 항목을 붙인다고 해도 이 범위가 협소하면 역시 걸림돌이 된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실험실에서 개발해 이를 즉시 상용화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 기업이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친 후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다음 달 한두 차례 회의를 더 가진 뒤 시행령안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이어 다음 달 중순께 공청회도 갖기로 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내 시행령을 제정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강화된 규제로 화평법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시행령 제정 작업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이 반영돼 다행”이라며 “산업 안전을 최대한 기하면서도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하위 법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평법 일지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