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Growth 2.0]<40>두산중공업, 해양플랜트 부품 국산화 길 열었다

해양플랜트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전이나 유정 개발은 대부분 육상에서 이뤄졌다. 육상자원이 고갈되면서 개발업체들은 해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초기에는 대륙붕에 연안된 곳에서 이뤄지던 작업이 이제 심해까지 확대되고 있다. 심해나 북해 쪽에도 석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Green Growth 2.0]<40>두산중공업, 해양플랜트 부품 국산화 길 열었다

석유가격도 덩달아 올라 심해 유정개발을 부추긴다. 배럴당 50~60달러만 넘어서면 해저 유정개발은 수지가 맞는다. 현재까지는 250m까지 구조물을 세우고 탐사나 석유채취가 가능하다. 이에 맞물려 해양구조물 수요도 증가추세다. 조선에 이어 철강 분야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창원 남서쪽 바닷가 456만여㎡(138만평) 부지에 터를 잡은 두산중공업 공장에서는 해양플랜트 구조물 부품개발이 한창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단조 해양플랜트 부품을 글로벌 정유사에 개발 공급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 여세를 몰아 추가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가혹한 조건 극복해야

해양 유정 개발환경은 육지보다 가혹하다. 온도가 낮거나 바람이 심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환경에 구축되는 구조물은 저온에서 요구하는 주조품이 대부분이다. 기존 단순용접으로는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저온에서도 충격과 강도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정훈 두산중공업 주단PLM 상무는 “실제로 북해는 파고가 10m에 이르고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며 “구조물 재료가 취약해 구조물이나 부품이 부서지기라도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서 가혹한 조건에서 강도가 높고 충격에 강한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정유 메이저들은 대부분 기존에 검증된 업체의 부품만 사용한다. 그만큼 신규 업체 진입이 어렵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재다. 소재 검증작업은 엄격하다. 그와 동시에 소재 용접기술도 같이 검증돼야 한다. 정유 메이저가 신뢰하지 않는 업체는 아예 벤더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분야는 영국·미국·스웨덴 일부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정유 메이저가 요구하는 품질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들이다.

해양 플랜트 하나를 구축하는 데 통상 5000억~1조원이 소요되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권희경 주단기술고도화팀 책임은 “해양플랜트 부품시장은 베일에 가려 있어 업체 홍보 자료를 모아 추측하니 연간 800억원 정도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이 분야에 진출해 42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보면 시장은 당초 예측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부품 국산화 길 열어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저온충격특성을 가진 해양플랜트 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해양플랜트 상단부와 지지구조물을 연결하는 레버어셈블, 노드&플래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정유 메이저에 공급하며 해양플랜트 부품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해양플랜트에 주물용 주강부품을 공급한 실적을 가진 업체는 두산중공업이 유일하다. 주강품 개발은 기존에 한국 업체가 접근하지 못했던 해양플랜트 구조물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한 첫 시도로 평가된다.

이종옥 주단 BG 수석은 “지난해 주강품 전체 매출에 힘입어 구조용 단조품도 개발 중”이라며 “두산의 공급 실적은 해양플랜트 구조물 대형 주단조품의 부품국산화 자립화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소요 주강품량을 산출해 해당 제품 시장 규모를 산정, 2015년 시장점유율을 19%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단조강이나 후판 강들이 개발되면 해양플랜트 부품 국산화율도 대폭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장기적으로 2020년까지 해양플랜트 국산화율을 70~8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해양플랜트 연구개발 투자돼야

두산중공업의 수주는 국내 철강 업체의 글로벌 해양플랜트 부품시장 진출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다. 이 분야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선 두산 외에도 국내에 다른 업체도 함께 진입해야 한다는 게 두산의 설명이다.

권 책임은 “이 분야에서 요구하는 품질 특성은 저온 충격과 파괴인성 두 가지로 여기에 더해 모재와 용접부 품질 기술 확보가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장기간의 연구개발로 사전에 준비하지 않고서는 해양플랜트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정유사는 공급사의 개발기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미 개발한 제품을 대상으로 구매검토를 한다. 제품뿐만 아니라 생산설비까지도 체크한다. 설비가 갖춰졌더라도 구매 시에는 구매자의 감독 하에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보고 품질에 맞는 제품이 생산되는 것을 확인하면 물량을 발주한다.

조선산업이 중국을 비롯한 외부의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급부상하는 해양플랜트 부품시장을 대비한 국내 업체의 연구개발이 시급하다고 두산중공업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