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및 주요 계열사 인사·조직개편]LG전자, 책임경영으로 `위기 돌파`한다

`책임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27일 단행된 LG전자 인사는 5개 본부장에게 크게 힘을 실어준 것이 핵심이다. 본부장이 솔선수범해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찾으라는 주문이다. 이는 사업부를 담당체제로 바뀐 것에서도 확인된다. 각 담당은 본부장을 구심점으로 맡은 바 역할을 다하고, 본부장에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를 중심으로 비교적 큰 폭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올해 임원 승진자는 사장과 부사장 승진 각 3명과 전무 승진 11명 등 총 44명에 달한다. 이는 사장 승진자 2명을 비롯해 총 임원 승진자가 38명이었던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규모다. 구본무 회장이 강조해온 `시장선도`가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는 것에 대한 평가다.

◇`시장선도`에 대한 명확한 주문

올 인사 키워드가 `시장선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은 인사 발표 이전부터 많았다. 뚜껑을 열자, 그 결과는 명확히 드러났다. 박종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 대표적이 사례다. MC사업본부가 아직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기술적으로는 한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시장선도 이미지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LG 스마트폰이 시장의 기대치보다 뛰어났다”고 말했다. LG전자도 박 부사장의 승진에 대해 “`G시리즈` 등 시장 선도제품으로 사업의 근본 체질을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하현회 LG 부사장(시너지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TV를 총괄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을 맡긴 것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평면 및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내놓는 등 이 분야에서는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꿈의 TV`로 불리는 OLED TV용 패널을 비롯해 모바일·IT 등 디스플레이 패널 주도권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 부사장이 HE본부를 맡았다는 것은 타 사업본부와의 시너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TV사업부의 차세대 수익원이 TV 자체보다는 스마트TV와 같은 플랫폼과 서비스에서 나올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LG에서 2년 시너지팀장을 맡으면서 고심했던 계열사·사업본부간 시너지 노하우를 HE사업본부에서 적극 펼치라는 주문이다.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선도경영을 지속적으로 펼치라는 요구로 보인다. LG가 기대하는 선도경영 철학을 조직내에 충분히 전파한 것에 대한 인정이라는 분석이다.

◇본부장 권한·책임 강화

“상당히 큰 변화다.” 사업부장을 사업담당제로 바꾼 것에 대한 평가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업부장 자리는 없어졌다. 내부 평가는 본부장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본부장이 직접 나서서 챙기라는 주문이다. 제품·기술·서비스간 융복합 트렌드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각 사업부별로 움직이다보니 사업부간 시너지가 나지 않았다. 이의 일환으로 사업본부장 직속 연구소를 둔다. 예컨대 냉장고 연구소와 세탁기 연구소 일부를 통합해 홈어플라이언스(HA)연구소를 만든다. 사업부장에서 새롭게 명칭을 바꾼 담당은 역할이 세분화하면서 동시에 명확히 책임을 묻는다. 각 제품별 사업담당 산하에는 냉장고·세탁기개발담당을 각각 신설해 제품 개발을 수행한다.

해외 영업도 강화한다. 사업부에서 운영하던 해외 영업조직을 통합해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또, 글로벌마케팅부문장(GMO) 조직을 글로벌영업마케팅부문장(GSMO)으로 명칭을 바꾼다. 마케팅만 책임지던 조직에게 영업도 함께 맡긴다. GSMO는 국내와 미국 등 주요시장의 사업을 총괄했던 박석원 부사장이 맡는다. 해외 영업 강화 일환으로 `아시아지역대표`를 신설한다.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시아 8개국을 관할하는 것으로 김원대 전무가 책임진다. 이밖에 유럽 기업고객(B2B) 사업 강화를 위해 유럽지역대표 산하에 `유럽 B2B법인`을 만들었다. 이는 최근 유럽 이외 지역 기업들에게 좀처럼 허락하지 않던 유럽 기업들이 최근 서서히 문호를 낮춘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