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 원전 1호기가 발전을 멈췄다. 노후 원전의 안전성 문제와 함께 혹한의 추위가 예상되는 동계피크 전력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설비용량 58만㎾)가 이날 오전 1시 18분 발전 정지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지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터빈 계통 고장으로 추정되며 방사능 누출 등 특이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지난 2007년 6월 설계수명 30년을 다한 뒤 현재 연장 가동 중이다. 올해 들어 176일이나 계획예방정비를 받았고 지난달 5일 발전을 재개했지만 결국 50여일 만에 다시 정지했다.
고리 1호기 가동정지로 전체 23기 원전 가운데 6기가 멈춰섰다. 케이블 교체 작업 중인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설계수명 만료된 월성 1호기,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빛 4호기가 정지된 상태다.
본격 추위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원전 가동중단은 최소 50만~100만㎾의 수급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올 겨울 들어 첫 전압조정 조치를 내렸다. 전압조정은 전력수급 비상조치로 들어가기 직전 단계에 취하는 수요관리 대책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갑작스런 한파로 난방수요가 늘어나는 와중에 원전 고장까지 겹쳐 만일을 대비해 전압조정 조치를 취했다”며 “수요자원 시장을 개설하고 거래소 자체 비상상황실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전 9시 30분 전력부하는 하계 피크이후 최대치인 7313만㎾를 기록했다. 운영예비력은 540만㎾로 추락했다.
기상청 및 전력 당국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대부분이 영하권에 들어가면서 최대 전력수요는 7000만㎾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내달 12일에는 한빛 원전 5호기(100만㎾)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면 수급상황은 더 빠듯해질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리 1호기의 재가동에는 최소 2주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당초 예상보다 이른 동계 전력 수급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