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세계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각국 대표단이 모인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9)가 있었다. 19차 총회에서는 신기후 체제에 대한 합의와 함께 이를 추진하기 위한 주요 로드맵 등을 완성했다.
신기후 체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 약속으로 잘 알려진 교토의정서 후속 조치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에서 합의가 돼 `더반 플랫폼`으로도 불린다. 주 내용은 교토의정서 이행 기간이 끝나는 2020년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다. 교토의정서는 당초 2012년까지 공약 이행 기간이었지만 지금은 2020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교토의정서와 신기후 체제의 가장 큰 차이는 온실가스 감축 참여국가 범위다. 교토의정서는 산업화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대상이지만, 신기후 체제는 세계 모든 국가가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으로 분류돼 현재 교토 의정서에는 감축 대상국이 아니지만 신기후 체제에서는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
신기후 체제는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한다는 의미만큼이나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그나마 이번 COP19에서는 각국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출 시기와 논의 사항을 구체화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필리핀을 강타한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제고된 것이 컸다.
그럼에도 일부 선진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당장 교토의정서 2차 공약만 보더라도 미국은 예초부터 빠져있고 1차 공약에 참여했던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2차 공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COP19에서는 일본이 감축 목표를 하향조정해 국제사회 비난을 받았고 호주는 아예 대표단조차 보내지 않았다.
신기후 체제 마련을 위한 국제사회 행동은 내년부터 시작한다. 우선 신기후 체제에서 각국이 줄여야 할 온실가스 양은 해당국가가 산정해서 보고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먼저 세계 총 감축량을 뽑고 이를 국가별로 할당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개도국의 제안이 최종 결론으로 도출됐다.
이에 따라 각국은 2015년 말까지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법 등을 2015년까지 제출해야 한다. 일부 준비가 돼있는 국가는 2015년 1분기 정도에 제출이 예상되고 있으며, 제출된 감축 목표에 대한 국제적 협의와 검토·과정·방법은 내년부터 논의될 전망이다.
신기후 체제 합의문 요소도 내년부터 논의될 예정이다. 주요 논의 요소는 감축, 적응, 재정, 기술이전, 능력형성, 행동과 지원의 투명성 등이다. 내년 6월에 열릴 예정인 신기후 체제 작업반 장관대화에 각 정부 고위급의 참여가 있을 예정이다. 작업반은 각국 정부가 제출해야 하는 감축목표와 기타 사항 정보를 내년 20차 당사국 총회 전까지 결정한다.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정 지원 논의도 시작한다. 당장 내년부터 각국 재정장관이 참석하는 `기후재원 장관대화`가 2년마다 열린다. 목표는 2020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재원 마련이다. 이 자금은 향후 개도국의 친환경 설비 확충과 공적개발사업 등의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 4일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개소한 녹색기후기금(GCF)도 이 재원을 활용한다.
우리 정부는 COP19에 대해 기대 이상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신기후 체제와 기후재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미국이 감축목표를 2015년 1분기에 제출하려는 등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면서 앞으로의 국제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유관부처인 환경부와 외교부, 산업부 등은 앞으로 국내 온실가스 감축목표 준비를 위한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배출권거래제, 자동차 온실가스 감축 등 부분별 감축정책 주친에도 철저히 임한다는 방침이다. 또 내년 9월 예정인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대비하기 위한 임시 태스크포스 조직도 구성할 예정이다. 감축 목표 제출은 EU,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이미 작업을 시작한 만큼 조속히 정책적·기술적·사회적 준비 작업을 개시해 2015년 1분기 중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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