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인가 삼성에서 술 문화가 사라졌죠. 삼성 임원치고 술 못 먹는 사람 없을 정도였고 제조의 꽃인 소재부품 계열사는 말할 것도 없었지요. 이제는 완전히 다릅니다. 지난해엔 1차에 1가지 술을 9시까지만 먹는다는 `119`, 3교대하는 제조 현장에서는 2시간만 먹는다는 `112`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술이 과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작은 사고도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 보다는 술을 즐기는 CEO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합을 위해 술자리를 자주 마련하던 CEO는 사라지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CEO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신 주말도 없이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요. 신임 CEO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 않는 극한 긴장 상황, 이것이 현재 삼성의 모습일 것입니다. 강요하는 술 문화를 바로잡는 것은 좋지만, 회포를 풀기도 하고 `으?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 사장님 패션은 전형적 양복 차림에 보수적일 것이란 이미지가 있는데요. A 회사 대표는 고정관념 속 대표들과 달리 멋쟁이라고 합니다. 긴 은발의 머리를 쓸어 넘긴 그는 평소 패션잡지에 나오는 중년 모델 같은 옷차림으로 주위를 놀라게 한답니다. 특히 여럿 모이는 회의에 참석하면 단연 돋보인다고 합니다. 즐기는 음식도 다양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와인을 즐기며 회식을 한다는 데. 이런 이유들로 회사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인기를 함께 나누는 건 어떨까요. 옷차림 등 노하우를 회사 임원이나 다른 대표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네요.
○…“이제는 조금 안정이 됐지만 충격이 컸습니다.” 얼마 전 모 그룹 회장은 주력으로 키워오던 사업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수년간 적자가 이어진데다 추가 투자하기 힘들다는 판단이었다고 하는데.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동요가 일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될지, 인수하는 곳은 어디일지,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이 된 거죠. 발표 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 다시 안정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직원들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경영진이나 채권단 입장에서야 수익성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결정에 따라 휩쓸릴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애환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IT 회사들은 정보 보안에 각별히 신경쓰는 추세죠. 계열사는 물론이고 같은 사업부 내에서도 서로 소통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습니다. 각 팀별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지요. 기자는 최근 재미있는 일을 겪었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관련 기사를 쓰면 삼성전자 내 다른 사업부 임직원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습니다. 기사보다 좀 더 구체적 내용을 알고 싶다는 거죠. 심지어 같은 사업부에서도 옆 팀이 무슨 프로젝트를 하고 있냐고 묻기도 합니다. 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은 LG전자 내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하는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준 적도 있습니다. 옆 팀에서 뭘 하는지 몰랐는 데 비슷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업부 간 혹은 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성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같은 회사, 같은 사업부에서 중복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상당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는 건 낭비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재부품家 사람들`은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