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된 공공정보가 민간에 적극 활용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국토교통부의 브이월드가 손꼽히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0여년간 1000억원을 들여 통합한 국가 공간정보를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인 브이월드를 통해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당초 구글맵스를 능가하는 양질의 지도 데이터를 국내 기업에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비스가 시작된 후 2년이 지났지만,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무료인 브이월드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기보다는 유료임에도 불구, 구글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1년 말부터 구글의 지도 데이터 유료화 정책이 강화돼 중소기업의 부담이 늘어났지만, 이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글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아직도 상당수 기업들이 브이월드보다 구글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는 이유는 정부가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에만 치중, 민간기업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3D 지도 데이터를 서비스한 것이 대표적이다. 독도와 북한지역 등 기업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지역의 지도 데이터를 앞다퉈 서비스한 것도 보이기 위한 예다.
구글에 비해 개발자들의 사용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국토부는 브이월드에 개발자 커뮤니티를 만들어 개발자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개발자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당초 지도 데이터와 함께 공시지가 등 속성 정보를 반영해 구글 등 외국계 기업의 지도 서비스와 차별화하겠다는 계획도 현재로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당장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지도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브이월드는 보이기 위한 데이터만 개방하고 있다”며 “차라리 3D 등으로 가공된 데이터가 아닌 로우 데이터 자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