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력판매 사업자이자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기반 구축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가 서비스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국가 전력망을 소유한 우위의 한전과 민간기업 간 공정한 시장 경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추가한 스마트그리드(SG)&ESS 사업처를 개편하고 관련 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전은 지난달 6500억원 규모의 주파수조정(FR)용 ESS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도 최근에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으로 KT·SKT 등 8개 컨소시엄을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확산사업은 기존 한전 전력망과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그리드와 사업성을 타진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이에 기준이 되는 한전 인프라에 향후 제시할 사업 모델 역시 한전이 주도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업 평가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는 한전이 스마트그리드 시장 참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전력 판매시장 개방이 우선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마트그리드는 ICT를 활용해 전력 수요·공급을 효율화하는 서비스 과정에서 요금에 따른 수익을 창출한다. 이 때문에 판매사업자가 서비스영역까지 침범하면 공정한 시장경쟁체제 마련이 어렵다.
통신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력판매 사업자인 한전이 ESS를 통한 일부 발전시장 참여에 이어 스마트그리드 서비스 영역 확대는 초기 시장을 키우는 데 도움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공정한 시장 경쟁구도 자체가 안 된다”며 “공정경쟁체제 조성을 위해서는 한전이 전력판매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확산사업 참여만 봐도 이미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한전 전력망의 실시간 정보를 기초로 확산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한전과 경쟁하는 기업에도 원만한 정보 공유가 이뤄질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한전은 ESS를 포함해 각종 스마트그리드 국책 사업 참여는 수익 사업 이전에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의 스마트그리드 시장 참여는 사업목적이 아닌 사업 모델을 업계와 함께 만들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라며 “한전도 수익을 내야하는 조직인 만큼 정보 제공 수수료나 사업 모델 확립에 따른 지적재산 등의 물질적 권한 행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예비사업자 사업계획 (자료:각사)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