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사람들]CEO들의 국산차 사랑?

○…10년 전 쯤, CEO의 `국민차`는 그랜저였죠. 요즘은 그랜저부터 에쿠스까지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그만큼 큰 회사도 많아졌다는 뜻이겠죠. 비즈니스 세계에서 `병` `정`이기 일쑤인 소재부품 업계 CEO가 외제차를 타는 일은 드뭅니다. `을`도 아닌 `갑`님에게 꼬투리 잡히기 싫어서랍니다. 회사가 조금만 잘나가도 단가 인하를 들먹이니 국내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성 CEO나 임원들은 의외로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는 데 이 또한 이유가 있습니다. 보수적인 문화 탓에 여성은 무시당하기 십상입니다. 벤처기업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럴 때 `차`가 위신을 지켜준다고 하더군요. B사장도 그런 경우입니다. 이상하게 좋은 차를 몰고 다니면 무시하는 일이 없더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얼토당토않게 `작업`을 거는 남자들도 간혹 있는 데 이 역시 차가 좋으면 엄두를 내지 못한답니다. 이런 현실, 정말 우습지요.

○…반도체 후공정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회사 A 회장은 반도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그만큼 연배도 지극하지요. 그는 최근 자회사를 여러개 만들어 무리하게 투자하다 재무위험 경보를 받았습니다. 올 초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 설명회에서 실적 목표를 과도하게 발표했다가 시장의 신뢰를 잃기도 했죠. 얼마 전에는 회사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에게 막말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임원들은 A 회장에게 한 마디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현장 감각이 떨어진 걸까요, 노욕이 발동한 것일까요. 경영자는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잘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자식과 다름없는 회사가 더 망가지기 전에 말이죠.

○…운동선수나 사업가 중에 징크스를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하루하루 결정을 하고 매일매일 그 결과를 평가 받는 삶을 살기가 쉽지는 않은 탓이겠지요. 발광다이오드(LED)업체 C 사장은 특이하게 반지에 징크스가 있답니다. 그래서 요일마다, 시기마다 반지를 바꿔 끼고 다니는 데요. 월요일은 다이아, 화요일은 호박, 수요일은 사파이어 등등으로 바뀐다고요. A 사장은 코트 단추만한 큼직한 알이 박힌 반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서 이런저런 사연을 이야기하기도 자랑하기도 한답니다. 그러다보면 분위기도 자연스러워질 때가 많다나요. 본인에게 힘이 되는 징크스라면, 오히려 하나씩 갖고 있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글로벌 소재부품 회사 D 사장의 손맛에 주변 사람들이 반했습니다. 그는 손님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대접한다는 데요. 거의 매달 그의 집에서는 이런 조촐한 파티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가 대접하는 음식 중에서도 특히, D 사장표 일본식 나베(냄비) 요리가 별미라고 하는데요. 맛도 일품이겠지만 초대받은 사람들이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D 사장의 정성 때문일 것 같습니다.

`소재부품家 사람들`은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