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TV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를 탄생시킨 바이오메카트로닉스 기술 등이 2014년 주목해야 할 7대기술 영역으로 뽑혔다. 이들은 양쪽다리, 한쪽팔과 눈, 귀를 기계로 대체한 사이보그이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등장하던 기술이 40년 만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흥남)이 2014년 주목해야할 기술로 `인체강화형 감각제어`(센서와 인간신경망이 통합된 바이오메카트로닉스) 등 모두 7대 기술영역을 제시했다.
ICT 및 융합 영역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7대 기술영역을 국가차원의 전략 R&D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여 놨다.
7대 기술영역은 미래사회 3대 충격과 10대 변화예측을 기반으로 미래기술 3000여개를 조사한 결과물이다. ETRI는 메가트렌드 기술 16개와 마이크로트렌드 기술 30개를 도출한 후 전략적 R&D영역을 선정했다.
기술과 인문, 사회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 미래를 전망하는 ETRI만의 독특한 방법론인 `에코사이트(ECOsight)`를 통해 ICT 및 융합기술의 전략적 R&D 방향을 제시했다. 통합적 관점에서 본 기술 선정은 국내 처음이다.
미래사회 변화에 대해서는 인간-기계, 현실-가상, 인간-인간의 관계 변화를 3대 충격으로 나타냈다. 세 가지 측면이 각각 유착되고 통합하는 경향을 나타낸다는 것.
3대 충격에 따른 10대 변화와 이슈도 예측해 놨다. 3D프린팅 활성화에 따른 1000억달러대 지식재산권의 손실에 관한 논란과 살아있는 장기를 만드는 바이오프린팅 논의, 디지털 가상통화의 성장세 등이 포함됐다.
◇주목해야 할 4대 분야 7대 기술 영역
기술·인문·사회 관점의 미래 변화를 주도할 `핵심견인기술(Key Enabler)` 분야에서는 딥 러닝 알고리즘과 자율조직화 플랫폼을 꼽았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심층 신경망 기반 학습 알고리즘이다. 미래 ICT기기에 인간형 인지·판단 능력을 부여해 스스로 지능을 고도화해가는 기계 탄생이 가능하다. 구글, MIT, 가트너 등이 2013년 주목해야 할 기술로 선정했다.
자율조직화플랫폼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핵심 기반 기술영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OS와 통신망이 결합된 이 기술은 구글이 집중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는 물론이고 가전, 전구, 화분 등 생활용품과 각종 센서들이 인터넷에 연결될 때 효과적인 상호작용과 제어를 위한 기초기술이 될 것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기술(Humanized Technology)` 분야에선 언어처리 및 감정인지 기술과 인체강화형 감각제어 기술 등이 꼽혔다.
언어처리 및 감정인지 기술은 미묘한 신체신호를 포착해 숨은 감정까지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키보드 입력에 효율적인 한글자모가 한국의 정보화 우위에 기여했듯 한국어 자연어 처리는 우리의 ICT 우위 유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분석했다.
인체 강화형 감각제어 기술은 2년 내 20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6백만불 사나이처럼 이미 로봇다리나 눈 등의 기술 상용화가 시작된 분야다. 고령화 시대에 장애가 발생한 신체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생각하는 기계가 이끄는 비즈니스(Thinking-machinized Business)` 분야에서는 제조 가상화를 위한 스마트 팩토리와 학습적응형 범용 로봇을 7대 기술영역에 포함시켰다.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공정 가상현실화가 핵심이다. 향후 생산공장을 내·외부로 뻗은 신경망을 갖춘 거대 로봇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 자동화에서 SW중심 가상화·유연화로 넘어가면서 제조혁신을 주도할 전망이다.
학습적응형 범용 로봇은 적응력·학습능력, 인간 친화적 인터페이스 등으로 특징되는 로봇기술이다. 전문가들은 PC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듯 학습적응형 로봇이 OS, 학습엔진, 인터페이스, 주변 기기 등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조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 분야로는 `데이터 기반 거버넌스`가 뽑혔다. 인구·경제·사회·환경 등 거시적 변화 모델링과 빅데이터·시뮬레이션 기반 미래변화예측, 국가별 공공정책 및 국가 간 정책 연계 영향력 분석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 기술의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적 거버넌스 핵심역량을 IBM이나 구글 등 해외 사업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가트렌드 관점의 16대 미래기술
ICT 고유기술로 웨어러블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나 홀로그램, 실시간 영상 빅데이터 분석, 5세대 이동통신, 상황인지 x-컴퓨팅, 오감을 넘어선 소셜 UI/UX, 지율조직화 플랫폼 등이 16대 기술로 선정됐다.
7대 기술영역에 포함됐던 자율조직화 플랫폼은 예상시장 규모가 무려 9389억달러나 됐다.
ICT 융합 및 사회 기술로는 도시 안전 및 지능화,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건강관리,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 3D프린팅, 에너지그리드, 사이버공격 및 개인정보 수집 대응기술 등이 선정됐다.
◇마이크로트렌드 관점의 30대 미래기술
향후 5~10년새 메가트렌드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술군 30개를 선정했다.
이 30대 기술에는 7대 기술 영역이 5개나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고 나열하면 디지털 이력 추적·삭제, 소셜미디어 기반 사회문제 포착기술, 실내위치 지능, 웨어러블 제스처 제어, 질감재생, 후각센싱, 동식물 객체인식, 스마트 바이오랩, 멤리스터, 스마트 팜, 모듈러 자기구조화 로봇, 뇌-컴퓨터 연결, 생물체 결합로봇, 슈퍼컴퓨팅 기반 사각지대 시각화, 자기 수치화, 모듈러 자기구조화 로봇, 급속충전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몰입형 아이웨어 외에도 인터넷 기반 대출연계 서비스인 P2P금융과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화폐를 포용하는 개념인 P2P 디지털 통화유통 플랫폼이 미래 유망기술로 선정됐다.
김흥남 원장은 “ETRI의 2017 백만조 전략에 다가가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타운의 `미래기술나침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