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성과가 다른 특허에 막힌 경우도 있었고, 침해 요소도 있었습니다. 특허전문위원의 특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다듬어서 우리 특허를 강력하게 만드는 데 치중했습니다. 국내 특허와 미국 특허를 낼 때 서로 다른 전략을 쓰기로 하는 등 특허 포토폴리오를 새로 짰습니다. 핵심특허를 강화하는 건 물론이고 먼저 출원해야 하는 것, 추이를 지켜보며 출원하는 것 등 특허를 내는 데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신영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유방암 예후예측 유전자 키트`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만으로 떼어놓고 본다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사업화를 위해 갖춰야 할 데이터가 부족했다. 특허 전략을 새로 구축하면서 지식재산(IP)에 기반을 둔 연구개발(R&D)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낯선 곳에 갔을 때 길 안내를 받고 가듯, 최적의 코스를 확인하고 교통상황에 따라 경로를 선택·변경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을 미리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IP분야도 마찬가지다.
IP에 주목하는 이유는 경쟁사·경쟁연구기관의 최신 기술정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동종 업계의 기술동향을 가장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반영한다. 논문이나 저널보다 더 시장 지향적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R&D 방향 설정에 유용하다. 세계적인 기업과 대학은 이미 오래 전부터 IP 정보를 활용해 왔다.
대학·공공연 휴면 특허가 70% 수준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IP-R&D 정책지원이 절실했다. 이에 특허청은 우리나라 R&D가 IP기반으로 수행돼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로 지난 2010년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을 설립했다. IP 네비게이터 역할 수행으로 형식적인 IP가 아닌 쓸모 있고 강한 IP를 먼저 설계한 후 이에 따라 R&D 방향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핵심·원천 특허로 무장한 글로벌 연구기관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특허청 IP-R&D 사업은 2010년 시범적으로 시작으로 4년째 지원하고 있다. R&D 규모에 따라 중대형 R&D, 소형 R&D, IP권 융·복합 R&D로 세분화해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특허전략전문위원, 특허전문가, 연구자, 특허지원자문단으로 구성된 IP권전략위원회를 통해 4∼6개월간 IP-R&D전략을 제시한다. 특허·디자인·마케팅이 결합된 융·복합 지재권 전략제시, 핵심특허 대응전략을 구축해준다.
특허청은 올해 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출연연, KAIST·서울대 등 대학,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 대학병원에 68개 IP-R&D 과제를 지원했다. 내년에는 상·하반기 2회에 걸쳐 78개 과제로 확대 지원할 예정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