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건강위협 경유택시, 위해성 줄었어도 없어진 거 아니다

경유택시 도입 찬반 논란

경유택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 선 전문가들은 경유택시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유차 배기가스가 경유택시 도입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만큼 깨끗해져서 인체 유해성 문제가 해소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대 교수는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경유엔진 배기가스를 석면, 비소 등과 같은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며 “경유차가 내뿜는 입자상 물질인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작아 인체 내로 침투가 용이하고 폐나 기도 등의 인체 장기에서 흡수되기 쉽다”고 말했다.

크기가 작은 만큼 호흡기에서 입자의 제거 속도가 느려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경유차 배출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기준치 이하의 미세먼지라도 오래 마시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연구결과는 경유택시가 도심을 돌아다니게 될 때 시민들이 어떤 건강피해를 입게 될지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우리도 고령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어 미세먼지의 증가는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신 환경정의 처장은 “경유차가 과거보다 성능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제작차하고 실제 운행조건하고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경유차에서 많이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처리하기 위한 매연후처리장치 보증거리가 9만~10만㎞인데 택시의 경우에는 1년이면 보증거리를 다 채운다는 지적이다. 택시 수명이 평균 6년인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5년은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매연후처리장치가 1년밖에 가동이 안되고, 대기오염물질은 주행거리와 비례한다고 보면 주행거리가 7~8배인 전국 택시 23만대가 품어댈 대기오염물질은 일반경유차 150만대에 해당하는 양이 된다”고 말했다.

안병옥 기후변화연구소장은 “경유차가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정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환경청(EPA) 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유차가 내뿜는 검댕이인 블랙카본은 눈과 얼음 위에 쌓여 태양빛을 흡수하고 구름 형성에 기여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고 설명했다.

블랙카본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기여도가 최대 84만배나 높은 물질이다.

안 소장은 “문제가 줄어든 것과 사라진 것의 차이는 구분해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술수준을 자랑하는 유럽에서도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 때문에 경유자동차 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