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택시연료 다변화 내용을 담은 `택시법`을 연내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경유택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는 택시업계의 연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현재 액화석유가스(LPG)로 단일화된 택시 연료에 경유 등을 포함시켜 연료 선택의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유를 사용하는 택시에 대해 화물차나 버스와 같은 수준의 유가보조금(1ℓ당 345.5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유택시의 환경성을 두고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환경단체와 택시기사들까지 찬반논란에 가세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형 수요처 이탈을 우려하는 LPG업계와 경유소비 확대를 기대하는 정유업계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유택시 도입의 득과 실이 무엇인지 집중 분석했다.
◇추방했던 대기오염 주범 경유를 다시 불러들이다니
환경부와 환경단체, LPG업계 등이 경유택시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성 때문이다. 환경부의 연구용역 결과 경유택시는 LPG택시 대비 유해배기가스 배출량이 높아 대도심 대기질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대 측에 따르면 환경부 `택시용 차량의 연비, 배출가스, 이산화탄소 배출량 특성평가 연구`의 모든 시험모드에서 LPG차의 환경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LPG차(YF쏘나타 2.0)는 ㎞당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0.012g에 불과한 반면에 경유차(i40 1.7)는 0.605g에 달했다. 같은 조건에서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LPG차보다 약 50∼70배 더 많았다. 또 LPG차는 미세먼지 배출이 없었지만 경유차는 0.0038g/㎞가 나왔다.
환경편익 평가 결과도 경유차량은 LPG차량보다 환경편익이 약 82%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비용이 LPG차량은 6년간 385만8000원, 경유차량은 702만원이 각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측은 또 경유택시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유 배기가스는 1급 발암 물질로 주행거리가 길고 시내주행이 많은 택시에 도입할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요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경유차는 매연저감장치(DPF)가 필수이나 정체 및 저속구간이 많은 시내 도로 주행특성을 감안 시 DPF의 정상적 작동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경유택시 도입은 오랜기간 펼친 대기오염 저감 정책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년 동안 환경부 등은 노후된 경유차량을 줄이기 위해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 LPG엔진개조 및 매연후처리장착 사업을 진행해 왔다. 또 각종 버스의 CNG차 보급을 통해 미세먼지 오염도를 줄이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운행거리가 많은 택시에 대해 경유를 허용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는다.
국가 에너지 수급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PG 수요의 약 20%인 택시용 부탄 수요가 경유로 대체될 경우 LPG산업 붕괴가 예상되고 에너지원 다변화와 연료의 안정적 수급 등 에너지산업 정책목표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택시노조도 경유택시의 진동과 소음 문제 등 근로조건 악화와 미세먼지 발생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루종일 택시안에서 근무하는 택시기사와 이용하는 승객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친환경 여부가 검증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환경오염 주범 옛말, 경유택시가 대세
국토부와 정유업계는 경유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은 옛날 이야기가 됐고 기술 발달로 오히려 `친환경차`가 됐다고 주장한다. 찬성 측은 환경부의 실험결과가 왜곡됐다고 반박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 결과 폐암의 원인이 되는 초미세먼지는 LPG차에서 더 많이 배출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NF쏘나타 2.0의 LPG차와 경유차 3대씩을 대상으로 연비·환경성을 비교한 결과 경유차의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LPG차보다 적었다. 연비도 경유차가 14.6㎞/ℓ로 LPG의 8.9㎞/ℓ보다 우수하다. 다만 NOx와 미세먼지 배출량은 환경부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경유차가 더 많았다. 그러나 초미세먼지(PM 2.5)는 경유차가 더 적게 발생했다.
또 현대자동차가 제공하는 출고 시 환경성 공인인증 데이터 분석 결과, HC와 NOx는 LPG차량이 우수하고 PM은 거의 동등한 제로 수준, CO와 CO₂는 경유차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뉴욕, 베를린 등 경유택시 비중이 높은 도시들의 미세먼지 농도나 대기질이 서울보다 더 좋은 것을 보더라도 경유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은 오진이라고 덧붙였다.
찬성 측은 이처럼 환경성은 물론이고 연비·온실가스·안전 등에서 우수한 경유차가 기존 그린카 중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서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럽연합 자동차 유해가스 배출기준 `유로5`가 적용된 2008년부터 경유차의 환경성이 대폭 개선된 데다 연비는 원래 좋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어 세계에서 시장을 넓히는 추세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시장 진출을 활성화하고 수입 대체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유택시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또 수송연료의 수입, 수출 균형을 고려할 때 현재 정유 후 경유는 남아서 수출을 하고 있고 LPG는 모자라서 수입하고 있어 균형 잡힌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경유택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최근 아스팔트나 중유로 휘발유와 경유를 만들어내는 고도화설비를 증설해 경유가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찬성 측은 현행대로 LPG만 택시로 독점 지원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국익보다 기득권 유지와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일부 부처의 입장이 반영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선진국처럼 환경성·연비·CO₂의 기준을 정하고 보급은 시장에 맡겨 연료 간 공평한 조건에서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택시연료를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자료:환경부]
[자료:환경부]
(단위 : g/㎞)
[자료:기계연구원]
[자료:기계연구원]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