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세계인의 일상을 파고든 우리나라 제품

[신년기획]세계인의 일상을 파고든 우리나라 제품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수산물을 수출하던 나라에서 미래 산업의 총아로 불리는 전자산업 선진국으로 급성장했다. 무역입국기인 1964년부터 지난 2012년까지 연평균 19.2%라는 높은 수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 연평균 수출 증가율인 10.2%를 두 배 상당 넘는 성과다.

우리나라는 휴대폰을 필두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비롯해 전자레인지, 오븐, 원액기, 청소기까지 다양하게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수출로 인한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우리가 연구·개발하고 만든 제품을 세계인이 함께 쓰는 시대를 맞았다.

◇수산물 수출에서 전자, 전기, 조선, 자동차 수출까지=전쟁으로 폐허가 된 1960년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은 원양어업을 통한 수산물이었다. 1960∼1970년대 수출액 비중에서 한때 수산물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후 섬유와 가발 산업 등이 이를 이어받아 수출을 이끌었다. LG전자(당시 금성사)와 삼성전자 등이 일본 등과 기술제휴로 TV, 라디오 등을 개발·생산하며 전자, 전기산업이 발전할 기틀을 마련했다.

1980년부터 본격적 수출 성장기를 맞아 전자, 전기, 자동차, 조선, 기계류 등 중화학공업 제품의 수출비중이 최대 60%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전기, 전자분야의 수출은 특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 총 수출의 30% 상당을 차지하기도 했다. 품목별로도 반도체, 컴퓨터, 가전제품이 수출 주력상품으로 우뚝 서기 시작했고, 이후 자동차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1976년에 나온 현대자동차의 `포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자동차 모델이자 해외로 나간 첫 번째 한국 자동차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후 `엑셀`은 1986년 일본 자동차가 주춤한 틈을 타 미국에서 20만대가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당시 북미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1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5년 우리나라는 수출 규모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1964년 수출 1억달러를 처음 넘어선 후 31년만이다. 이후 IMF,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반도체, 전자, 조선, 자동차 등이 꾸준히 선전하며 지난 2011년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돌파했다.

◇세계인 일상을 파고든 우리나라 대표 가전제품=해외에서 부품을 가져와 조립하던 전자산업은 이제는 세계인의 생활방식, 문화를 깊이 있게 연구해 그들의 일상에 자리잡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제품의 `꽃`으로 불리는 TV에서 세계 정상의 기술을 다툰다. 나아가 2015년에는 글로벌 생활가전 1위를 목표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에서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있다.

생활가전의 특성상 지역별 특화 제품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이들 업체들은 사전에 시장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현지에 적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륙별 라이프스타일 연구소는 물론이고 제품혁신팀, 디자인센터 등을 따로 두어 복잡하고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와인잔 모양의 보르도 LCD TV를 출시한 이래로 8년 연속 TV 판매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7년 연속 세계 양문형 냉장고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기업인만큼 삼성은 세계인을 위한 기능과 디자인을 갖추면서 현지에 최적화된 특화기능으로 지역, 문화적 특성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높은 탄산수 수요에 부응해 버튼 한번만 누르면 탄산수가 나오는 스파클링 워터 냉장고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아프리카에는 케이블을 설치할 수 없는 오지에서도 무료로 방송을 볼 수 있는 위성수신기를 탑재한 TV를 비롯해 정전 시에도 8시간 동안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시켜주는 절연형 듀라쿨 냉장고를 출시했다. 또 전력 인프라가 불안정한 현지 특성상 과전압, 정전 등 잦은 전압의 변화에 견딜 수 있도록 내압기능을 강화한 LED TV도 함께 선보였다.

터키에서는 신선한 야채를 선호하는 현지인 취향에 맞춰 냉동실 크기를 21% 줄이고 가정 내 실내공간에 맞도록 폭을 좁게 설계한 냉장고, 중동에서는 40도 이상 폭염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에어 컴프레서를 적용한 에어컨을 출시했다. 인도에서는 자주 이동하며 빨래하는 수요를 반영한 바퀴 달린 세탁기, 초벌 손빨래하는 습관을 고려해 빨래판도 부착했다.

LG전자의 유럽형 콤비 냉장고는 소형 주택이 많고 협소한 주방 공간 특성을 반영해 사이즈는 줄이는 대신에 용량을 늘려 많은 인기를 모았다. 태양광으로 충전 가능한 초소형 스마트폰 미니 또한 주목을 받았고, 뷰티폰과 쿠키폰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유럽에서 인기를 끌자 한국으로 역수출된 사례다.

LG전자는 중국에서 `?윈 TV`라는 배(Ship)를 연상케 하는 스탠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중국에서 배는 번영과 평안, 순조로움을 상징한다. 스탠드와 베젤 부분은 행운과 복을 의미하는 레드 색상을 적용해 중국 소비자의 기호를 만족시켰다.

`?윈`은 `풍아한 맛을 느끼다`라는 뜻으로 승진의 운을 뜻하는 `관운(官運)`과 중국어 발음이 같아 출세, 성공의 의미도 담고 있다. 또 중국 고유의 전통놀이인 마작 게임과 중국 요리 레시피 등 중국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특화 애플리케이션도 제공한다.

LG전자의 세계 최소형 모바일 프린터 `포켓포토`는 휴대성을 살리면서도 세계 최초로 프린터 기기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담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제품이다.

◇세계인이 쓰는 우리나라 제품, 중소형가전과 인터넷 서비스까지 확장=자동차, 휴대폰, TV 등 세계인이 쓰는 우리나라 제품은 대기업 제조 제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 중견·중소기업 제품들도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부터 가까운 중국, 일본까지 널리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백화점 면세점이나 가전매장에서 한국산 전기밥솥을 사가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원액기 전문 브랜드 휴롬은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을 포함 43개국에 원액기를 수출하며 영국 헤로즈 백화점에 국내 소형 주방가전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입점에 성공한 바 있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 과일, 채소를 1일 5접시 이상 먹도록 권장하는 `5 A DAY 캠페인`의 식습관 개선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1974년 히터용 심지 생산을 시작으로 설립된 파세코는 심지식 난로 부분에서는 현재 세계적으로 약 3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일교차가 심한 중동에서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북미, 남미, 유럽, 러시아 등에 활발하게 수출되고 있다.

의사 출신의 대표가 직접 200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침구살균청소기 `레이캅`은 2013년 일본 닛케이 트렌드가 선정한 히트 상품 베스트에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필립스 에어 프라이어, 넥서스7, 아이패드 미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나아가 `K드라마` `K팝` 등 한류 바람을 타고 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가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산)`의 품질에 매료돼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해 가는 경우도 있다.

NHN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서비스 개시 2년 5개월만에 가입자 3억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라인은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남미와 서유럽에서도 사용자가 늘고 있다. 또 스페인, 멕시코 등 스페인어권에서 지속적으로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풍부한 감정표현이 가능한 스티커 메시지, 음성·영상 통화 기능, 친구와 함께 하는 게임으로 사용자의 일상을 파고드는데 성공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