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국 취IOE 전략, 위기인가 기회인가

중국발 취IOE 바람

중국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글로벌 IT 기업을 배격하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탈 외산`을 일컫는 소위 `去(취)IOE` 바람이 국가적인 이슈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취IOE는 IBM(I)·오라클(O)·EMC(E)를 `제거한다(去)`는 의미다. 최근에는 시스코(C)까지 포함돼 `취IOEC`로 확장됐다. 단순 유행차원을 넘어 범국가적인 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취IOE에 언급된 글로벌 IT 기업들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잠재 시장이 가장 큰 중국에서 이 같은 찬바람이 불자 글로벌 IT 기업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슈분석]중국 취IOE 전략, 위기인가 기회인가

[이슈분석]중국 취IOE 전략, 위기인가 기회인가

◇취IOE, 국가전략으로 격상

취IOE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처음 언급했다. 알리바바그룹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IBM 서버,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EMC 스토리지 등 외산 솔루션으로 IT시스템을 구성, 사용해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유지보수 비용 부담이 커졌고, 시스템도 과부하 상태로 한계에 이르렀다. 이에 새로 부임한 왕잰 최고정보책임자(CIO)가 2008년 그룹 전체 IT운영예산을 기획하면서 과감하게 `취IOE` 전략을 내걸었다. 왕잰 CIO는 이러한 전략을 외부에 공개적으로 선포, 단계적으로 이들 시스템을 없애며 클라우드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했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기존 IT 인프라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그룹의 시도가 성공하자 많은 중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취IOE` 전략에 합세했다. 지난해부터 국가안전위원회, 공신부 등 중국 정부도 적극 동참 의사를 밝혔다. 특히 중국 화웨이(Huawei)가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서는 과정에서 미국이 자국 정보 안전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장 진출을 막았던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게다가 스노든이 폭로한 NSA 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이 IBM과 같은 글로벌 IT 업체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취IOE` 전략이 `국가안보전략`으로 격상했다.

윤현집 엔코아 팀장은 “중국은 `IOE` 공급사들의 시장 독점 환경을 깨고 빠르게 국산화를 실현해 가고 있다”며 “중국의 `취IOE` 전략의 목적 중 하나는 `IT 시스템의 자주적인 통제`”라고 설명했다.

◇`메이드인 차이나` 가속화…글로벌 기업 `비상`

취IOE는 이미 글로벌 IT 기업들에 `중국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 투자 대비 매출 부진으로 IBM, 오라클 등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IT 시장은 내년 20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미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지만 증가액만 보면 미국과 같은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잠재시장에 취IOE가 걸림돌로 떠오른 셈이다.

중국 IT기업들의 성장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모든 것을 만들어내겠다는 중국의 강력한 의지가 결국 IT시장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에서 중국 업체를 당할 기업은 많지 않다.

실제로 중국은 `취IOE` 전략으로 자국 IT 업체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취IOE`는 외산 업체의 장비를 없애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시스템과 서비스로 기존 환경을 대체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취IOE 전략으로 세계 수준의 IT 업체를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를 제외하곤 대체 솔루션이 대부분 마련됐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재 고성능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정부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중국 정부는 1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자국의 DBMS 개발업체 3곳에 나눠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경우 보안에 대한 요구는 매우 높은 반면 시스템 성능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앞으로 중국 정부 기관들이 `취IOE` 전략의 주요 실행처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5~10년 뒤에는 글로벌 IT 기업 리스트에 중국 기업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산 SW 반사이익 기대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측면은 중국발 취IOE 바람이 다른 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주변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탈 오라클`이 대표적이다. 하드웨어 시장에선 사실상 외산 제품을 대체할 만한 시스템이 없지만 SW 분야에선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DB분야는 국내 기술력이 많이 향상돼 일본에서도 심지어 `탈 오라클`의 대안으로 국산 제품에 관심을 가질 정도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국산 DB `티베로`와 무제한 라이선스계약(ULA)을 체결했다. 그동안 오라클 DB만을 표준시스템으로 사용해 왔다 처음으로 국산 DB를 도입한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사례가 알려지자 다른 기업에서도 국산 제품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산 SW 기업에게도 수혜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알티베이스·웨어밸리·위세아이텍·제니퍼소프트·엔코아·티베로 등 국내 대표 DB 관련 기업이 올해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좋았다. 단순 DB 관련 솔루션 공급뿐 아니라 전문 인력 교류, 기술 개발 협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DB 기술력 확보를 위한 차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상황이 국산 SW 기업에게는 기회이지만 우리 DB도 중국 입장에서는 외산 제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능한 장기전에 대비하는 전략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중국내 `취IOEC` 대응 기업 현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