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 글로벌 대형 게임업체들이 한국의 e스포츠 노하우를 배워 글로벌 시장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한 PC방 문화를 비롯해 경기 운영·중계 노하우 등을 배워 각국에서 e스포츠산업 체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분주하다. 이제 e스포츠는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 문화를 정착시키며 일반 스포츠 종목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e스포츠 10년…`보는 게임` 문화 세계로
`스타크래프트`로 탄생한 한국 e스포츠산업이 10년을 넘으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중심이었던 e스포츠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로 무게중심이 이동했고 `월드오브탱크` `던전앤파이터` 등 총 22개 공인종목으로 늘어났다.
e스포츠가 몰고 온 가장 핵심 변화는 게임을 직접 하던 사용자가 해당 게임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프로게이머 또는 일반 사용자)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중계 자체를 즐기는 `보는 게임` 문화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거대 사용자층을 형성한 리그오브레전드는 무료로 운영돼온 경기 티켓을 처음으로 유료화해 전석 매진하는데 성공해 화제가 됐다. 캐릭터 상품, 경기 중계 등 관련 유료 상품 판매가 활발한 것도 e스포츠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e스포츠 종목을 활성화하는데 성공한 라이엇게임즈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한국 e스포츠 문화 사랑은 대단하다. 두 기업 CEO들은 저마다 한국 e스포츠 이용자와 온라인게임 시장에 큰 신뢰와 애정을 자주 표현해 화제가 됐다.
라이엇게임즈는 미국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본사에 PC방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해당 공간에 한글로 `PC방`이라고 커다랗게 표기하고 실제로 PC방처럼 한국 음료와 과자 등을 판매한다. 이 회사 브랜든 백 CEO는 직접 한국 PC방 문화에 자주 애정을 드러낸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로 큰 성공을 거둔 것에는 e스포츠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타크래프트리그가 활성화하면서 프로선수와 구단이 속속 생겨났다. 이제 국내기업들은 젊고 활기한 기업문화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e스포츠를 꼽는다.
한국에서 e스포츠 운영 노하우를 쌓아온 기업들은 이제 해외 각국으로 e스포츠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북미, 중국 등 온라인게임이 활성화돼 있고 e스포츠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게임사들은 e스포츠 활성화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청소년층 위주로 형성된 e스포츠 문화는 성인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2013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온게임넷 e스포츠 시청자층에서 2012년 30대 팬이 급증해 초기 청소년 팬이 성인 팬으로 고스란히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이전 온게임넷의 주시청 연령대는 10~20대 남성이었으나 2012년 리그오브레전드리그 도입 후 30대 남성 시청이 상승했다. 현재 온게임넷 시청 타깃 중 30대 남성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맥주를 마시며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바크래프트(Bar Craft)` 문화가 국내에 도입되고 있고 이는 북미 특유의 e스포츠 문화로도 정착했다.
◇e스포츠, 정식 글로벌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 노린다
한국의 e스포츠 문화는 세계 각국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시장에 안착해가고 있다. 지난 2000년 한국e스포츠협회가 설립했을 때만해도 러시아 e스포츠연맹을 제외하면 해외 e스포츠 협·단체는 2005년까지 전무하다시피 했다. 협·단체 이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민간 단위의 대회 조직위 정도에 그친 수준이었다. 불가리아(2003년), 독일(2005년) 등에 e스포츠협회가 설립된 후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에 e스포츠협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07년 이후에는 일본, 대만, 베트남 등 동아시아에서 e스포츠협회가 설립됐고 2008년에는 국제e스포츠연맹(IeSF)이 결성됐다.
국제e스포츠연맹은 한국을 중심으로 독일, 벨기에, 스위스,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대만, 베트남 9개국이 초대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후 2009년 6개국, 2011년 8개국, 2012년 9개국이 추가 가입해 현재 4개 대륙에서 총 42개 국가가 소속됐다.
이제 국제e스포츠연맹은 e스포츠가 글로벌 정식 체육종목으로 인정받도록 세계 국제스포츠연맹연합인 `스포츠 어코드` 가맹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7월 정식 가맹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오는 4월 열리는 스포츠 어코드 총회에서 첫 논의될 예정이다.
세계 각국에서 e스포츠 문화가 꽃피는 가운데 글로벌을 무대로 한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e스포츠 종주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리그는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을 떨치고 있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스타1에 이어 스타2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WCS 파이널 8강에서 6명이 한국 선수일 정도로 세계 주요 스타크래프트대회 상위권 경쟁을 한국 선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경기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5월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한국올스타팀이 우승을 차지했으며, 월드 챔피언십 시즌3에서 한국 SK T1이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국내 리그 중계를 관람하는 해외 시청자 수도 상당하다. 국내 경기현장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고 곰TV, 트위치 등 해외 중계채널을 이용하는 시청자도 상당하다. 특히 곰TV 등은 해외 중계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음에도 시청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3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국내에서 주요 경기가 열리면 해외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이 일어나곤 한다”며 “앞으로 외국인 관람객과 커뮤니티를 비롯해 국내 아마추어 선수, 팬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한국 e스포츠산업의 영향력과 마케팅 등에 정확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